행복을 긷는 베란다

베란다에서 만나는 삶의 즐거움

by 정석진

아파트에 살면서 자연을 가까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는 행복하게도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자연을 누릴 수 있다.


7 층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을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만난다. 베란다는 자연으로 가는 문이다. 눈에 보이는 나무는 느티나무가 주를 이루고 소나무와 단풍나무, 은행나무, 살구나무, 산수유 그리고 울타리용 회양목이 있다. 사각지대 한쪽에는 마로니에 한 그루도 보인다. 또한 아파트 사이로는 거인처럼 하늘을 우러르며 까치둥지가 있는 메타세쿼이아도 자란다.


따스한 봄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바깥 경치를 멍하니 내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지겨우면 읽던 책을 펴 들고 책 속 여행을 떠난다. 강아지도 발치에 앉아 졸며 햇살을 즐긴다. 지난겨울 추위로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모두 다 빈 방으로 옮겨 놓아서 베란다가 비어 널찍하다. 무소유의 자유로움이 여기에서도 삐져나온다.


요즘 들어 벌거벗었던 느티나무의 우듬지에 움튼 싹들이 마치 꽃처럼 햇살에 반짝인다. 여전히 꽃송이가 달린 빛바랜 산수유가 연한 노란빛을 뿌리고 살구나무에도 꽃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아직은 휑한 분위기이지만 나뭇가지에 새순들이 자라나 초록물이 들어 생동감이 묻어난다. 건너 아파트 주위에 활짝 핀 목련이 눈에 띄게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자리 잡은 텅 빈 벤치가 보인다. 녹음이 한창일 때는 아늑하게 보이던 풍경이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창가 베란다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른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여름날 장대비가 쏟아질 때면 베란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바람 따라 휘날리는 빗줄기의 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가 거칠수록 실내에서 바라보는 마음의 평안은 더 커진다. 약간은 심보가 나빠 보이지만 마음이 그런 것을 어쩌랴!

베란다에서 보는 비오는 풍경

눈 오는 날에도 따스한 실내에서 하늘을 뒤덮으며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것도 참 좋다. 바람이 없을 때는 하얀 나비가 나풀대듯 우아하게 날린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듯 냅다 달리며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눈이 쌓이면 세상이 온통 설국이 되어 신비한 동화 속 세상을 보게 된다.

베란다에서 본 설경

다양한 풍경을 한가로이 바라볼 수 있는 베란다가 좋다.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볕 좋을 때는 해바라기도 할 수 있고 멍을 때리는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때때로 매트를 깔고서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요가를 즐기기도 한다. 반려견 쁨이가 베란다에서 늘어져 자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베란다에서 잠시 즐기는 한때가 삶의 작은 활력소가 된다. 행복을 멀리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삶의 언저리에서 길러내는 훈련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오늘도 베란다에서 소소한 행복을 줍는다.

베란다에서 본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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