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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May 07. 2021

오월은

스승의 날 선물

가끔 연락을 드리고  친정 갈 때 시간이 맞으면 뵙는 선생님이 계신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 이시고 담임 선생님이셨다.

한 반에 정원이 60명이던 그 시절 너무나 평범해서 선생님들이 나를 알아보는

경우가 드물었다.

동생 얼굴에 피는 마른버짐 같이 가난과 재혼가정의 고민, 부모님의 질병

등이 사춘기 소녀를 열등감에 빠지게 하였다.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임용 지였고  내 눈에 비치는 선생님은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분이셨다.

지금은 이해도 안 되고 오글거리는 일이지만 일기장 검사를 하였다. 

제출하지 않으면 쓰지 않으니까 그렇게 한 것 같다.

친구들한테 하지 않는 고민을 일기장에 끄적였는데 선생님은 대충 보고 사인할 수 

있었는데도 조언을 꼼꼼하게  빨간 볼펜으로 달아 놓으셨다. 

자존감이 낮고 관심에 목마른  소녀는 선생님의 글 한 줄이 사랑과 진심으로 

느껴졌고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개인 사정으로 학기 중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스승의 날에 교육청으로 전화해서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에 전화해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삼십 년 만에 뵐 때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떨렸었다.

 선생님은 주름살만 늘었을 뿐  모습과 목소리 따뜻함이 그대로여서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늙은 제자가 하는 일을 격려해주시고 내 자식들까지 기도를 해 주신다.

지금은 퇴직하셔서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시고 교회에서 주일 학교 봉사하기 위해

 인형극, 구연동화를 배우시며 열심히 사신다.

이번에 스승의 날 선물을 얼마 전 내가 그린 굿즈를 하기로 마음먹고 선생님께 고르시라고 

했더니 자귀나무 무늬가 좋다고 하시며 과분하게 덕담을 해주신다.

선생님이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나의 멘토가 되어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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