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아들이 취업 준비한다고 도서관을 다녔는데 오가는 찻길 옆에 새끼를 밴
고양이가 허기와 추위로 떨고 있어서 따뜻한 물과 먹이를 챙겨 주게 되었다.
영하 17도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치는 날 저녁에 고양이가 얼어 죽을 것 같다며 스티로폼
상자에 뽁뽁이를 두르고 두꺼운 잠옷을 깔아 집을 만들어 주고 냉동실에 아껴둔 우럭을
새끼 잘 낳으라고 갖다 먹였는데 다 먹고 나서 고맙다는 듯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떨 때
어미가 아닌 것을 알았다.
생김새가 똑같은 것으로 보아 전에 낳은 새끼 같았다.
그날 어미는 못 만나고 7개월령 아들이라도 살리자고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길 위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위태롭게 살았지만 길거리의 삶이 그리운지 방충망을 뚫고
가출하여 찾아다니는 일이 가끔 있었다.
운동량이 적어 살이 많이 쪄서 데리고 온 것이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아들은 후회하기도
했지만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식구가 되었다.
그리고 2년 뒤 우리 부부는 시골로 내려가고 아들도 취업이 되어 지방으로 내려갔다.
우럭을 먹은 인연으로 만났다고 '우럭이'로 불리는 고양이는 딸과 서울에 남게 되었다.
고양이를 제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는 딸을 보면서 시집가서 "아기를 저렇게 정성껏 키우지"
하며 못마땅할 때가 있다.
엊저녁에 그려서 보내 주었는데 시큰둥하다.
물어보나 마나 예쁜 고양이를 엄마의 솜씨가 못 따라간다는 거겠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