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할마 Sep 14. 2021

예순이 넘어도 엄마가 좋다

엄마와 여름을 같이 보내다

  넉 달전 친정 엄마는 안방에서 주저앉았는데 허리 아랫부분 요추 1번이 골절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갑자기 대소변을 받아내고 밥도 누워서 먹어야 하는 중환자가 되었다.

마침 요양보호사인  언니가 퇴직하여 있던 터라 엄마를  간병하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자 칠 순을 바라보는 언니의 체력이 바닥이 나서 교대를 했다.

간병하러 갔을 때는 걸음마 배우는 돌쟁이처럼  비틀거리며 걸을 수 있었다.


차 통행량이 적은 새벽에 일어나서 병원 마당을 걸었고 아침 식사 마치면

병원 복도를 다니면서 재활 운동을 했다.

자식들 고생을 안 시키겠다고 열심히 운동한 엄마는 몸살이 나기도 했지만

다른 환우들보다 회복이 빨라서 부러움을 받으며 퇴원했다.

문제는 퇴원해서였다.  

아들 내외가 직장에 나가면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고 특히 운동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시골에 사는 내가 모시게 되었다.

새벽에 남편이 운전하여 이웃 동네 공원 둘레길을 걷고 운동기구로 무산소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마당에서 잡초 뽑고 아침밥 먹고 풀밭에 있는 메뚜기 잡아 닭들에게

던져 주는 이러한 일상이 엄마의 재활에 보탬이 되었다.

 처음에는 닭들이 경계하며 도망갔는데 고기(?) 맛을 본 닭들이 엄마가 다가가면 주위로

몰려들었다.  

우리 집 고양이 하고도 친하여 엄마가 부르면 달려와 배를 드러내고 누워서 웃음 짓게 

했다.

 분위기 있게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엄마는 집 어디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경치 부자인

우리 집 거실에서, 마당에서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지천에 널려 있는 칡꽃을 유리컵에 꽂아 식탁에 두면 칡 향기가 좋다 하셔서 밥상을 

차려놓고 매일 칡꽃을 따왔다.

더운 한낮에는 고스톱을 쳤다.  돼지 저금통에서 동전을 꺼내서 다 치고 나면 다시 

돼지 뱃속에 동전을 넣어두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화투 놀이를 안 했기에 더듬거려 훈수받으며 화투를 쳤는데 매일매일 

 실력이 향상되어  화투 칠 맛이 난다며 재미있어하는 엄마를 보며 즐거웠다.

우리 부부가 고추밭에서 고추를 딸 때 무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고추를 땄다.  

세척할 때에도 고추 씻은 물까지 찍어 맛보고는 

"식초 더 넣어라"

 "바락바락 문질러서 씻어라 그래야 농약이 씻겨나간다."

  "한 번 더 씻어라"

....

예순이 넘어서 엄마에게 듣는 잔소리는 싫지 않다.  오래도록 그 잔소리를 듣고 싶다.


저녁밥 먹고 나면 설거지를 끝내고  들길을 걸었다.

극성스러운 시골 모기와 땀을 쫓아낼  손선풍기를 들고 모녀는 매일 걸었다.

걸으면서 이웃 밭에서 크고 있는 작물과 무슨 거름을 쓰는지 살펴보면서 엄마의

농사 특강과  고단했던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눈물 글썽이다가 엄마의 유머에 크게 웃어서 이웃집 개가 거칠게 짖기도 했다.


산책하는 삼사십 분 남짓하는 시간에도  엄마의 변실금은 으슥한(?) 곳을 자주 찾았다.   

굶주린 모기떼의 습격을 막으려고 엄마의 앙상한 엉덩이에 선풍기를 갖다 대며 서있는 

웃픈 상황도 내 인생에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엄마가 아침마다 잡초 뽑아 말끔하게 해 놓으신 마당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건강하시길 바라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엄마를 그렸다.


이전 01화 집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