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수정 Apr 02. 2023

멈추어라, 순간이여 !

프랑스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특별전을 보고...

며칠 전 딸과 함께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한 프랑스 화가인 앙드레 브라질리에(Andre Brasilier) 특별전을 보고 왔다.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어지는 앙드레 브라질리에. 이번 전시는 최대 규모의 브라질리에 회고전이며, 94세 노장의 아름다운 삶의 예찬론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 덩케르크에서 11살 소년은 불길에 휩싸인 도시에서 첫 작품을 그렸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세상에 아픔과 고통이 너무 많으니 내 그림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시작했으며, 그 신념은 지금까지 꺾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지를 알겠으며,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감이 전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양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여전히 캠퍼스 앞에서 마법 같은 색채로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  


마스터피스(Masterpiece), 힐링(Healing), 러브(Love) 세 파트로 나누어 전시를 했는데, 초기의 작품은 음악회 공연을 많이 그렸는데, 그 때의 배경색은 눈에 보이는 색이 아니라 음악을 감상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색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폴 고갱의 영향을 받았다고 그날의 도슨트가 설명해 주었다. 초기의 작품에서는 붓터치가 두껍고 거친 면이 있는 반면, 후기로 오면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붓터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가의 다양한 붓터치를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감상의 큰 장점이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유화 그리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 도슨트


찰나의 시상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서정성을 노래했는데, 생명에 대한 애정 속에 탄생한 찬란한 색채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말(馬)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데 작가의 고향에는 와인과 승마가 유명하다고 한다. 초기의 작품에는 말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세히 표현했는데, 후기로 오면서 말의 디테일한 표현보다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촛점을 맞추어 표현하였다. 말의 형태보다는 색깔에 촛점을 두고 그림을 그릴 때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살아있는 말의 모습을 느끼겠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말의 얼굴 표정이나 몸의 형태가 상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냥 물감을 꾹꾹 눌러 칠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상세히 그리지 않는다면 감히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란색 하늘 아래에는 파란색의 말, 분홍빛 하늘 아래에는 분홍색 말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 모습이 작가 스스로가 느낀 행복한 순간, 자연과 동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느끼는 순간, 힐링되는 모습들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했다. 특히 전시의 제목 '멈추어라, 순간이여!' 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지내던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그렸다고 한다. "신비스런 푸른색과 짙은 흰색의 단순한 조합이 이토록 장엄하고 아름다운지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다.  브라질리에가 멈춰버린 '영원의 순간'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찬란한 꽃눈처럼 쏟아질 때 우리는 떨려오는 전율에 몸을 맡길 뿐이다." 처음에 그 그림을 감상할 때 눈 내리는 겨울 그림인데도 따뜻함을 느껴 한참을 봤는데,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듣고 다시 보니 마음이 더 포근하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


오직 단 하나의 사랑, 그의 그림에는 언제나 한 여인이 등장한다. 아내이며 영감의 원천 '샹탈(Chantal)'이다. 작품 속 그녀는 '영원한 여성'이며, 작가의 변치 않는 사랑의 고백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작가가 1956년에 그린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이 1958년에 로마에서 만난 샹탈의 모습과 비슷하여, 브라질리에는 샹탈을 보는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기에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두 분의 사랑은 한결같다. 작가는 항상 "우리는 예술과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손글씨


뜻깊은 작품 감상으로 나의 마음은 한결 풍요로워졌으며, 작품을 보는 안목도 넓어지고 유화를 그리는데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또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색이 중요한지 선이 중요한지를 선택해야 한다는데, 나는 색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색깔을 잘 표현하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 살아날 것 같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봄이 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