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수정 Mar 29. 2023

다시, 봄이 옵니다

계묘년 올해도 다시 봄이 왔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낼수록 따뜻한 봄이 더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마스크를 옷 입듯이 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자율이랍니다. 마스크에서 해방된 것 같지만 봄에는 미세먼지에, 황사에, 꽃샘 추위에,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름에나 가야 마스크에서 완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밖을 잘 나가지 않았는데, 날씨가 좀 따뜻해진 것 같아 오랜만에 동네 한바퀴를 걸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북한산의 정기를 받아 평균기온이 1도 가량 낮아서 봄꽃이 더디게 핍니다. 남쪽에서는 벚꽃이 피었다고 축제를 하는데 이곳은 개나리가 살짝 얼굴을 내밀 정도입니다. 


우리 동네에 핀 개나리


봄색깔은 역시 노란색, 연두색이지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색,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났음을 말하려는 색, 미움이 없는 색, 아픔도 없는 색깔입니다. 조금 있으면 분홍색의 진달래가 피겠지요. 우리 눈에는 작년에 핀 개나리가 다시 피었구나 하겠지만, 개나리의 입장에선 새로운 개나리이지요. 하루하루가 새롭고 기대되는 나날일 것입니다. 새로 핀 개나리는 보이는 모든 세상이 아름답고 가슴이 설레는 날이겠지요.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 알리려고 온 힘을 다하겠지요.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봄을 새롭게 맞이하고 또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새 봄을 맞이하듯이 '나'를 설레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내가 매일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행복이겠지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여름의 초록색으로 물들겠지요. 좀 더 선명한 색이 되지요. 초록색, 푸른색은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색이지요. 지친 일상에 잠시 초록의 휴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론 강렬한 빛깔이 되기도 하지요. 빨간 태양의 빛도 우리에게 활력을 줍니다. 빨간색은 열기를 주고 힘을 북돋우고 열정을 줍니다. 마음에 열정을 갖게 되고 행동의 폭이 넓어지기도 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삶의 활기를 뿜어내면서 치열하게 살아내겠지요. 우리의 삶도 주어진 환경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힘겹게 살아가며 이겨냅니다. 


그리고 가을을 맞이합니다. 수확의 계절이기도,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차분히 명상하며 반추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낙엽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가를 돌아보게 되는 계절입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고 내가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 자신을 깊게 관찰하게 되면 나와의 관계를 성찰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많이 차분해집니다. 많이 겸손해집니다. 그만큼 성숙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눈이 와서 온통 하얀 겨울입니다. 여지껏 살면서 묻어 온 먼지, 거짓, 욕심, 자만, 욕망 등이 하얀 눈에 덮여 보이지 않고 사라집니다. 아니 사라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소리 없이 살며시 새 봄이 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오늘은 나의 짧은 단상(斷想)을 적어 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단장한 병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