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수정 Sep 13. 2023

반가운 칠자화

[오늘 아침 남편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면서 눈에 띄는 빨간 열매를 봤다. 초록색 잎 사이에서 자기들을 봐 달라고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예쁘고 귀여울 수가 없다. 빨갛고 조그맣게 생긴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앙증맞기도 하여서 

 "이게 뭐야,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열매가 있을까? 이름이 뭐지?" 

하면서 옆의 표지판을 보니 칠자화. <중략> 가을에 피는 하얀꽃. 더군다나 향기 좋은 노지월동꽃이라 하니, 내년에 흰꽃이 피는 것을 보아야겠다. 또 향기도 좋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꼭 칠자화의 향기도 맡아봐야겠다.]


2022년 10월27일자에 '칠자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꽃은 보지 못하고 빨간색의 꽃받침만 보았는데, 표지판에는 7~9월에 흰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장식용 열매가 꽃처럼 핀다고 했다. 향기도 좋다고 하여 일 년 후를 기약한 적이 있었다. 그 일 년 후, 칠자화의 꽃을 보려고 며칠 열심히 동네 산책을 하였다. 


8월 중순 열심히 산책을 하면서 무궁화 동산에 들러 무궁화가 활짝 핀 것을 보고, 그 옆에 있는 대추나무에 파란 대추가 열린 것을 보며 칠자화는 언제 꽃이 피는가를 유심히 보게 된다. 그렇게 눈 인사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오는 것이 요즘 일과가 되었다. 8월 말 드디어 칠자화가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8월에 핀 칠자화


9월 들어 바쁜 일이 생겨 산책을 소홀히 했는데, 오늘 뉴스에 비가 온다고 하여 칠자화 핀 것을 보려고 아침 일찍 산책을 했다. 비가 온 후는 꽃들이 떨어질 것 같아 일찍 서둘렀다. 오랜만에 본 칠자화에 나는 실망했다. 하얗고 탐스럽게 피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꽃이 많이 떨어지고 일부분만 남아있다. 타이밍이 중요했던 것이다. 내 시간에 맞춰 살다보니 꽃의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의 시간에 나의 열성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원하는 피사체를 얻기 위해 몇 시간, 몇 날을 한 장소에서 꼼짝 않고 지켜 순간의 모습을 찍는다고 하는데, 그 정성과 열의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아쉽게 탐스러운 꽃은 보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인생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 아침에 본 칠자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마음은 왜 그럴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