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조수석

2025년 3월 7일

by 양동생

처음이었다. 누나와 금요일을 함께 보낸 건.


오늘 하루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천천히 채워나갔다. 카오위라는 생선요리를 먹자고 했고, 시흥까지 데려갔고, 그다음엔 말없이 오이도에 들렀고, 마지막으로 서울로 돌아와 김영모 과자점에 들렀다. 전부 내가 선택한 동선이었고, 누나는 크게 반발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왔다. 조수석에 단정히 앉은 채, 내가 준비한 하루 안으로 말없이 걸어 들어온 사람. 누나가 그날 입고 나온 옷은 아주 편안했고, 그래서인지 예전 금요일처럼 가끔 보여주던 사적인 아름다움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조용히 마음을 흔들었다. 마치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있는 게 오래된 일상처럼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낯설게 벅찼다.


마라 국물 안에서 생선살을 발라내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누나와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침묵이 비지 않았고, 낯선 맛을 누군가와 함께 처음 받아들이는 순간이 말 없는 친밀감을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그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오이도는 이상하리만치 바람이 강했고, 우리는 바다 앞에 몇 분 서 있다가 그대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하나씩 들었다. 말하자면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내겐 아주 포근했다. 주말도 아닌, 그저 금요일이라는 하루가 이렇게 소중할 수 있다는 건 몰랐던 일이다. 내 계획 속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준다는 것, 그 단순한 구조 안에 생각보다 큰 감정이 깃들 수 있다는 걸 나는 처음 실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과자점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누나도 처음 간다고 했다. 각자 빵을 골랐고,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누나는 지쳐 있었다. 창문 쪽으로 몸을 기댄 채 말이 없었고, 나는 운전대를 잡은 손에 무언가 자꾸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이끈 하루였고,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누나는 별말 없이 그 모든 걸 함께해 주었다.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웠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했다. 오늘 하루는 사실 나의 욕심으로 만든 것이었으니까. 누나는 그걸 따라왔고, 피곤해졌고,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그냥 눈물이 났다.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그저 울컥했고, 그래서 조용히 조금 울었다. 그건 무언가가 지나가는 소리였다. 말로 하지 못했던 마음의 흐름, 기대와 감동, 아쉬움과 감사가 뒤섞여 한꺼번에 올라온 어떤 무게. 운전 중이라 손으로 닦을 수도 없이, 그냥 눈물이 흘렀다.


나는 오늘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내가 가보고 싶던 곳을 같이 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이 이토록 큰 위로라는 걸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날의 누나는 조용했고, 나의 흐름에 맞춰 움직였고,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을 느꼈고, 말하지 않아도 아득히 전해지는 것이 있다는 걸 배웠다. 누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까. 피곤했을까, 아무렇지 않았을까. 그건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내가 받은 마음은 분명했고, 그 조수석의 온기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할 것이고, 내 감정이 가장 조용하게 넘쳤던 그 금요일 저녁의 조수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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