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7일
차를 탔다. 아무 목적 없이 한 바퀴를 돌았다. 창밖 풍경은 익숙한 것들인데, 오늘따라 생경하게 느껴졌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하다.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지나는데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도무지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은 그중 후자였다.
누나 생각이 났다. 누나는 나에게 말을 많이 건네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누나에게 말로 뭔가를 전하고 싶어진다. 오늘처럼 마음이 심란한 날엔 더 그렇다. ‘나 오늘 좀 그랬어.’ ‘별일 아닌데, 괜히 울컥했어.’ 같은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 마음. 하지만 정작 누나 앞에서는 그 한마디도 잘 꺼내지 못한다. 괜찮은 척이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이 누나 앞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누나는 내가 어떤 마음인지 관심이 없어서 묻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나는 왜, 그렇게 관심조차 없는 누나에게조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걸까. 누나의 무심한 듯 다정한 말투, 눈길, 손짓 같은 것들이 괜히 오늘따라 마음속에서 잔물결처럼 퍼져나간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누나는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바쁠까. 괜찮을까. 내가 이런 걸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 웃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나도 별일은 아니야, 하고. 누나 특유의 덤덤함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별일이 아닌 게 아니다. 이런 날은 작고 잔잔한 모든 감정이 크게 느껴진다. 메시지 하나도, 표정 하나도. 나는 누나에게 보낼 말을 고르다 보내고 답장은 오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껐다 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내가 누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조용하고, 다정하고, 좀 쓸쓸하다. 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감정이다. 그래서일까. 자주 보고 싶은데, 자주 보고 싶다고는 하지 못한다.
어쩌면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괜히 헝클어지는 기분이 드는 날. 그리고 그런 날엔, 언제나처럼 누나가 가득 생각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