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오늘은 새벽부터 하루가 길게 이어졌다. 아직 해가 뜨기 전, 나는 누나를 데리러 갔다. 도착 예정 시각은 6시쯤. 조용한 도로를 달리면서, 누나가 보내준 “카톡 해줘 오면”이라는 짧은 메시지가 계속 떠올랐다. 그냥, 이상하게 좋았다.
우리는 양주로 향했다. 누나는 투표소 몇 곳을 돌아야 했고, 나는 그 운전을 맡았다. 같이 차를 타고 이른 아침을 달리는 일이 어쩐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누나가 “안전 운전해”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오전이 흘렀고, 정오쯤 나는 누나를 회사에 내려줬다. 누나는 “저녁은 힘들듯 하다”는 말과 함께 “내일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했고, 나는 괜히 그 말이 고마웠다. 마음을 써준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하루 종일 나는 종종 누나를 떠올렸다. 저녁은 챙겨 먹었을까, 많이 피곤하진 않을까. 별일 없는지, 지금쯤 어디쯤 일지. 계속 묻고 또 물으면서 기다렸다. 그러다 “집이야”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마음이 툭 놓였다. 별일 없이 하루를 마친 누나를 확인하는 일은, 내겐 꽤 중요한 일이 되어 있었다.
밤이 깊을수록 나는 누나를 더 생각했다. 고생했을 텐데 잘 쉬고 있는지, 혹시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냥, 그런 생각들이 줄줄이 따라붙었다.
사실 특별한 말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오래 함께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 하루는 유난히 오래 남는다. 누나가 웃었던 몇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그걸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아마 이런 마음인 것 같다. 잘해주고 싶고, 덜 힘들게 해주고 싶고, 무사하다는 소식에 마음 놓이는 것. 나는 오늘 그냥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