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까지

2025년 6월 5일

by 양동생

오늘은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누나가 서울에 간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정확히 몇 시에 어디로 간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점심 즈음이면 출발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음이 먼저 앞섰다.


나는 차를 몰고 누나의 동네로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나가 버스를 타는 그 짧은 순간마저, 나와 함께여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곁에 있고 싶었다.


도착해서 연락을 하자, 누나는 놀란 듯했지만, 별다른 말 없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누나를 조수석에 태웠다. 그 순간부터 짧은 동행이 시작되었다.


서울은 오늘 30도를 넘겼고, 차 안의 에어컨 바람은 괜히 미안했다. 누나가 덥지는 않을까, 바람이 너무 센 건 아닐까, 생각은 자꾸만 사소한 곳으로 흘렀다.


그렇게 사당에 도착해 누나를 내려줬다. 검정 민소매와 검정 스커트를 입은 누나는 햇빛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단정해 보였다. 나는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이후로 나는 하루 종일 톡을 보내며, 그 하루 안에 계속 머물고자 했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말은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좋은 핑계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니, 누나와 연락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점심은 먹었는지, 네일은 잘 받았는지, 쇼핑은 끝났는지, 저녁은 뭘 먹을 건지. 그런 질문들로 나는 마음을 숨겼다. 하고 싶은 말은 하나지만, 그 말을 감추기 위해 수십 개의 말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저녁, 나는 다시 사당에 갔다. 정확히는 ‘돌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목적지도 없이, 그저 혹시라도 누나가 돌아올까 싶어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가려는 그 길 위에, 내가 우연히 있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누나는 이미 집에 있었다. “집이야ㅋㅋ”라는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허탈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이상하게도 포근한 감정이었다.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하루였다. 어떤 하루는 그렇게, 마음이 움직인 만큼 충분하다.


아무도 몰라도, 아무 결과가 없어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런 일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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