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스물일곱번째 글 - 노량진

기회와 희망 그리고 좌절의 땅, 노량진

by 이준

제가 대입 준비를 하는 시기의 노량진은 온라인 수능강의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이었습니다. 메가스터디, 이투스, 비타에듀(한샘학원), 이투스 등 온라인 강의업체가 각축전을 벌였고, 노량진은 강남과 더불어 많은 학생이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학생수가 많이 줄기도 하고, 공무원, 경찰 시험, 편입시험 등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이 바뀐 것 같지만요. (*잠깐 찾아보니 그 사이에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학원들도 존재하군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종합반보다 단과 학원을 찾아 다닐 수 없었고,

의외로 생각보다 큰 금액이 들지 않아 나름 솔솔히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름, 어떻게 더 시간을 잘 짤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하며 골랐었죠.


비타에듀 시간표.jpg 2011년도 블로그 글로 있더군요. (출처: https://blog.naver.com/issuemonster/130112560564)

매월 이런 커다란 종이에 선생님들 수업이 깔리고, 내용을 보며 열심히 골라보곤 했습니다.

단과 학원 선생님이었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는 선생님들이 계실 정도로, 존경하고 생각나는 분들이 있네요. 그만큼, 고등학교 3학년 생활뿐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받기도 했죠.


노량진은 저에게 꿈과 희망의 동네였습니다.

지금도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주중, 주말 노량진으로 향했고, 함께 공부하고 꿈을 키웠거든요.

무엇이 되고 싶은 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다른 꿈을 꾸며 지냈었습니다.

언젠가는 심리학자, 어느날은 라디오PD, 어느날은 사업가..봄, 여름, 가을, 겨울 꿈을 바꿔가며 지냈었죠.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지나 온 시간이 이제 그 과절도 지나간 꿈의 파편으로만 느껴지는 것 같네요.

노량진.jpeg


유난히 고등학교 시절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리움과 두 번 다시 그 시절을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이제는 과거는 정말 놓아주고, 다가오는 미래로 먼저 이겨나가야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어느덧, 15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그 때 자주 수업을 듣던 선생님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해. 그렇지만 꼭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영어 공부뿐 아니라 더 많은 책도 보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며 지내길 바라. 고3이라는 시간이 너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만을 하고 스트레스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시절에 느낄 수 있는 방황과 관심도 충분히 즐겨보길바라. 꼭 모든 수업에 오지 않아도 좋아. 갑자기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거나, 다른 곳을 다녀오고 싶다면, 다녀오도록 해. 그것이 너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거야."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어도,

선생님의 저런 말이 왜 기억이 남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 선생님은 비타에듀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던 윤재남 선생님이었는 데, 그 당시에도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정도의 젊으셨던 선생님인지라, 더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것도 같습니다.


과거의 제가 오늘 따라 더 그립네요.


생각나는 선생님을 찾아보니...


영어를 가르쳐주시던 윤재남 선생님은 여전히 영어를 가르치고 계시고,

*유튜브 채널도 하시는군요.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 https://www.youtube.com/@pyunipenglish

또 다른 영어 선생님이셨던 이윤하 선생님은 공무원 영어를 가르치시던 중 항암치료 소식을 마지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네요.


곽윤근 선생님은 최근 소식은 없지만, 5년전까지는 여전히 교단에 서서 강의를 하셨었군요.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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