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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 Dec 10. 2020

2020.12.09 - 어떤 불안함과 허무함에 관하여

다시 돌아온 사춘기아닌 사춘기를 대처하는 글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지만,

미래의 대부분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며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통 삶의 방향성이라 불렀다. 


한 달 전의 내 모습을 비추어 오늘의 나를 바라보니, 그것조차 쉬운 것이 아니었다.  

주변 환경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곳, 하는 일이 모두 바뀌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 달 전엔 전혀 계획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달 전, 매일 아침 향하던 사무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든 변화임에도 너무나 급작스러운 변화에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한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마침, 11월 8일에 남긴 글이 남아있다. 


상견니를 막 완주하며 크게 감명받았고,

OST를 들으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맺었으며

과거 어느 날의 내 모습을 그리워했다. 


감각의 여운도 유효기간이 있는지,

여전히 이 드라마에 대해 좋은 여운을 갖고 있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은 다른 노래로 채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그리움이 아닌 불안함과 허무함이 자리를 대신했다.


출근길도 달라졌으며, 일의 고민도 주제가 달라졌고 그리는 미래도 다른 색을 띠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한 달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나의 선택을 되새겨보면, 좋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30분 거리의 회사로 옮겼고,

업무 형태, 회사 규모, 사무실 상태, 처우 등이 훨씬 더 나은 상황으로 변했다.


오늘 새로운 곳으로 첫 출근을 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좋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한 줌의 불안감과 허무함이 자리를 잡았다.

빌딩 위로 올라온 현재의 사무실

2주 전 갑자기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전 날까지도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했던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말을 더듬었고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으며,

혈압은 180을 상회했다. 


정신 차리니 나는 응급차 그리고 응급실에 있었고,

자리에 앉아 한 숨을 돌리니, 중환자실 아버지 곁에 있었다.  


눈 앞에 아버지가 누워있으면서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정말 지금 아버지가 저렇게 누워있다고?

아닌데, 어제까지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었는 데...

내가 왜 지금 아빠 보호자로 병원에 있는 거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을 가졌고, 3일이 지나서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의료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회복을 어느 정도 하시고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계신다. 



그때였던 것 같다.

어떤 불안감과 허무함이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운명의 힘이 만드는 삶의 이질감이 덮쳐 왔다.

노력이 갖는 힘보다 운명이 이끄는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 오는 불안감.

그리고 어떤 선택도 결국, 운명이 제시하는 답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되는 허무함이 그것이다. 


한 달 전, 나아가 1년 전의 내 모습까지 되돌아보니 더욱 그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한 달 전의 '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오늘의 '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을 보며

이것이 좋은 변화임에도, 어떤 불안감과 허무함이 나에게 다가온다. 


1년 전 오늘은 어떠한가.

1주일에 3번 투석 병원에서 4시간씩 투석을 받으며 힘겹게 나와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2년 전의 오늘은 어떠한가.

1년 후에 투석을 받고 이식을 준비할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1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면 어떨까.


긍정과 희망의 모습만이 떠올리기엔

과거의 경험이 너무나 불안하게 다가온다. 

2년 전의 내가 1년 전의 아픈 나를 상상하지 못했듯이,

나에게 1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종종 무섭게 다가온다. 


그렇게 좋은 감정을 좋은 그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고,

마음 한편에 어떤 불안감과 허무함이 자리를 잡았다. 


내가 선택하며 만든다는 삶의 방향성도

결국 내가 아닌 무언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닐까? 


- 어떤 불안감과 허무함에 관하여.




나도 안다.

어차피 그래도 내일은 출근해 늘 그렇듯 일을 하겠지.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해답은

늘 그렇듯 방향성을 그리는 대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것뿐일 거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름은 만수

회사에서 고양이 한 친구가 같이 생활한다.

만수라는 이름의 고양이인데...

만져도 가만히 있고, 쳐다봐줘서 너무 좋음...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운 좋게 촬영.

자세히 찾아보면 좌측 상단에 검은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날 찍은 사진.

여기에도 강아지 한 마리가 숨어있다. 9시 방향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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