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 Jan 18. 2021

내가 나를 만나는 방법 '인터뷰'

은유진 님의 <주변인탐구일지>  참여 후기

인터뷰는 늘 진행하는 쪽이였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인터뷰이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파악해 자리에 나갔다. 그래야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 과정 자체도 늘 즐거웠다.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경험을 통해 뜻 밖의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은유진(https://brunch.co.kr/@youjineun) 님은 <주변인 탐구일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신다. 주변인 중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듣는다. 무엇보다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과 흥미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언젠가 지나가며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었다. 특별한 무언가는 없지만, 다른 누군가가 나에 대해 집중해주고 물어봐준다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 그리고 몇달 후 유진 님은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1년 전 오늘 쓴 글을 봤는 데, 1년 후의 오늘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이야기를 듣자마자, 냉큼 '당연히 전 좋죠. 언제할까요?' 라며 덥석 물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 링크가 함께 진행했던 그 인터뷰다. 지난 1년에 대한 이야기 담겨있다. 비교적 가장 솔직하게, 요즘 내가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했다. 말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버스럽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어, 최대한 담백한 내용으로 담으려고 했다. 


인터뷰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나를 스스로 되돌아본다는 점을 뽑고 싶다. 어릴 적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나와 마주한다면, 나는 나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그 '나'를 마음에 들어할까?

허무맹랑하지만, 그 대답은 'nope' 였다. 내가 내 성격을 가진 나와 친하다고 생각하니, 얜 너무 속으로 생각이 많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말도 주도적으로 이끌어하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공간에 이렇게 생각 많고, 주도적인 사람은 나 하나로 족하단 생각이 든다.


인터뷰는 그 상상을 대리 만족시켜준다. 이 인터뷰는 2020년 12월말에 진행되었고, 글로 만난 것은 1월 중순이다. 2주 동안의 텀이 지나고 과거의 나와 마주한 것이다.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과거의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읽어본다. 불과 보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마치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매우 나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어느 누구가 있는 것만 같다. 그 짧은 사이에 내가 저런 감정을 가졌다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감정과 감성 자체가 변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이에도 조금은 옅어지거나, 묽어지는 부분도 생기는 것일까, 반대로 어떤 한 부분은 진하고 붉어지기도 한다. 


나는 그 점이 참 좋았다.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내가 그 사이에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인지하게된다. 우리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계절이 바뀔 때쯤, 특정 시간이 지날 때쯤 문득 그제서야 시간의 흐름을 알게된다. '아, 벌써 여름이다.' 혹은 '와 벌써 2020년도 절반이나 갔어' 라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의 흐름을 통해 내 신체적인 흐름은 인지할 수 있으나, 내 감정과 감성의 흐름은 인지하기는 어렵다. 내가 중간 중간 어떤 생각과 기분이었고, 무슨 일로 인해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는 지 일일이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 변화의 흐름을 인지할 수 없다.



인터뷰는 그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는 매개체가 된다. 아, 내가 그 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라는 기록의 산물이 되며, 그 때의 나를 만나 위로하기도, 즐거워하기도 한다. 혹은 인터뷰 그 시간 자체를 또 하나의 이정표로 삼을 수도 있다. 2020년 12월 말은 내 과거에 대해 생객했던 날이었다.


내 감성과 감정의 기록은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내적 성장의 판단이 되기도 한다. 그 때의 내가 힘들었다면, 오늘의 나는 그 떄의 나보다 더 나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은유진 님의 <주변인탐구일지> 참여는 그렇게 내 실록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좋은 기회를 준 은유진님께 감사하며, 혹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잡아보길 권하고 싶다.


분명, 

당신에게도 

좋은 만남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2월의 리뷰, 준비하는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