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오늘 하루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

일종의 의식

by 오뚝이


9/11 목요일 밤


늦은 시간 해설강의가 끝났다.

집에 와서 초를 켰다.

일종의 의식이라고나 할까.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나 할까.

오늘 하루도 어찌어찌 잘 보냈다, 내일도 힘내자는 주문 같은 거라고나 할까.




장작 타는 소리가 나는 양초.

장작 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잠시나마.

찰나의 평화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다.

때로는 아주 작은 것, 소소한 것이 그 찰나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예민함이 좋다는 생각.


어느 날 내가 의지하는 어떤 언니에게 말한 적이 있다.

“언니 저는 너무 예민한 거 같아요.”

언니는 말했다.

“음.. 근데 예민한게 나쁜거야??“


나의 예민함 덕분에 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깊게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내게 다른 이에게는 하지 않는 마음속 고민들을 털어놓곤 한다.

내가 잘 들어주기 때문인 거 같다.

사실 어떨 땐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타인의 고통과 상처가 내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다.

지금같이 나 하나 건사하기 버거운 나날들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그렇지만 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나는 또다시 언제라도 다른 이의 아픔을 들어줄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둘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이 고맙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인 거 같아서 좋다. 내가 꽤나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점심때 친구와 나눈 편안했던 대화가 좋아서였을까.

가지 말까 싶던 강의를 결국엔 가서 열심히 강의를 들은 나 자신이 기특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장작소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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