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어쨌든 한다.
10/19 일요일
잘 자고 일어났다. 바꾼 방 구조가 내게 더 안정감 있는 거 같다.
아침에 무화과 크림치즈 휘낭시에를 두 개나 먹었다.
찰나의 행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존맛 디저트.
오늘도 바삭하게 구워졌다.
공부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환자인 내가 (올해 더 증상이 심해진) 어쨌든 집중이 잘 안돼도 하루에 얼마간이라도 책을 본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치료를 한 이후로는 힘들다고 바로 죽음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다시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그냥 누워있지 않고 일어나서 씻고, 카페에 다녀오고, 책을 보고, 방 청소를 하고, 일기를 쓴다.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결론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잘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종종 지금 공부하는 것,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한다.
그럼에도 공부를 한다. 어쨌든 한다.
그럼 된 것이다.
힘이 안 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한다.
답이 없는 질문들이 마음 안에서 올라오지만 그래도 공부를 한다. 요즘 몸에 정말 활력이 빠져나가서 걸을 때 마치 유령이 된 기분이지만 그래도 공부를 한다.
어쨌든 한다는 게 중요한 거다.
힘내서, 긍정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집중이 잘 안 되고, 힘 안 나고, 파이팅도 안 나지만 그래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요즘 가끔 나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본다.
마지막으로 소리 내 웃어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원래 웃음 장벽이 낮아서 잘 웃고 리액션 대장이다. 얼른 시험이 끝나서 친구들을 만나 실없이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