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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 하나, 마음 끝 하나 다치지 말길

10/18 수녀님의 말씀 그리고 김환기의 점들

by 오뚝이


10/18 토요일


오늘 아침부터 마음이 촤악 가라앉은 채로 멍하니 있는데 내가 스물한 살 때인가에 대학교 교목처에서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수녀님께 연락이 왔다.



“사랑하는 우리 오뚝이!!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네. 이곳 용산에서 우리 오뚝이를 기억하며 기도한다. 고기 먹기로 한 것 기억하고 있지? 사랑한다. 오뚝이 소피아.”



수녀님의 연락을 받고 그간의 일들을(옆집 문제) 말씀드리며 요즘 너무 힘들다고 말하니 수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 오뚝이 너무 힘들었겠네. 엄마, 아빠랑 점심 뜨뜻하게 먹고! 가구배치가 도움이 될 거다. 기도한다.

손 끝 하나, 마음 끝 하나 다치지 말길!!!


보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수녀님.




브런치로 맺은 귀중한 인연이 있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글이 올라오는 금요일 밤을 기다릴 정도로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작가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하고 특별한 시선과 담백한 문체를 정말 좋아한다.


한이람 작가님.


어제 올라온 글은 작가님께서 해당 시리즈를 연재하실 예정이라는 글을 본 순간부터 기다려온 글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김환기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클릭해서 읽어 내려가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


16시간 동안 점을 찍은 김환기.

반복된 루틴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의 글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나의 반복된 일상이 어쩌면 예술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특별히 마음을 담아 글을 쓰셨다는 것까지도…

왜 이렇게까지 저를 응원해 주시나요? 저희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잖아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나의 이 시간을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


내가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글을 이곳에도 공유한다.



무언가를 위해 혹은 특별히 무언가를 위하지 않더라도 그저 매일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 글이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아침에 글을 썼었는데 누군가의 따스한 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지 말지는 결국 내 선택이다.


그 어떤 말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힘들지만 계속해서 내 귀에, 내 마음에 응원의 말을 외쳐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냥 그 말들을 한 번 듣고 지나가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 말들에 힘입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하였으므로 오늘도 내 자리에서 묵묵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내 귀에, 내 마음에 계속해서 너를 응원한다고 하는 그 말들을 책상 가득 펼쳐놓고 그때그때 꺼내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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