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멘탈 개복치인 나도 합격할 수 있을까
로스쿨 3학년 때, 같은 열람실을 쓰던 친구가 선물해 준 ‘걱정인형’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책상에 올려놓고 근심, 걱정, 번뇌가 생길 때마다(너무 자주 생겨서 문제) 이 아이를 쳐다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이 아이에게 내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가라고 하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기록형 실전 모의고사 일정이 나왔다.
실전과 비슷하게 시간에 맞춰서 문제를 풀 수 있어서 형사기록, 민사기록 둘 다 들으려고 한다. 11월과 12월 주말은 이렇게 기록형 시험을 보며 보내게 될 거 같다.
(아.. 격렬하게 대충 살고 싶다. 정말 빡세게 살고 싶지 않아..)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멘탈이 강한 친구들이다. 남 이야기에 잘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개썅마이웨이’를 잘한다.
나처럼 멘탈 개복치에, 남의 말에 상처를 잘 받고,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하며 나의 정신적 지주인 언니에게 말하니 정신적 지주다운 답변을 해주었다.
산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할 때는 나를 지나쳐서 앞서 걷는 사람들, 뛰어가며 나와 점점 더 거리가 벌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와 잘 달린다, 와 멋지다. 이런 생각만 하는데 공부를 할 때는 왜 이렇게 남과 비교하며 내가 너무 뒤처진 거 같다는 생각이 올라오는지…
나보다 먼저 합격한 친구들, 결혼한 친구들,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 지금 내 나이에는 돈을 얼마를 모아놔야 하는지 등등의 생각을 하며 나만 너무 홀로 고여있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다.
산책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자신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 건데 말이다. 앞으로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산책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지금 이 글을 도림천에서 쓰고 있다.
저녁을 먹고 살짝 나가는 게 귀찮아져서 저녁 산책을 건너뛰려 했는데 나오기를 정말 잘한 거 같다.
오늘도 하루 두 번 산책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시험이 끝나고 고시촌을 떠나게 되면 도림천은 정말 그리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