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변호사가 천직일지도 몰라 (도발)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날이었다. 아파트 제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빠는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문득 베란다를 내다보니 약속에 간다던 아빠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한 차 주인과 얘기하고 있었다. 그 차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그냥 서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널판지 같은 것을 깔아서 차가 지하주차장 안으로 내려갈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차가 미끄러져서 아빠를 덮칠까 봐 걱정됐다.
‘아 아빠도 참… 경비아저씨들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이 할 일인데, 약속도 있다는 사람이 뭐 하는 거야!’
아빠의 도움으로 그 차는 무사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고 아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집에서 멀리있는 로스쿨에 다녔기 때문에 주말이나 연휴에 KTX를 타고 집으로 갔다. 역에서 내리니 엄마가 플랫폼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가운 얼굴!
우리 앞으로 한 아주머니께서 캐리어 두 개 위에 짐까지 얹은 채 낑낑대며 걷고 계셨는데, 거의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계셨다.
엄마는 그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아주머니에게 캐리어 하나를 달라고 해서 끌고 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 나머지 캐리어 하나를 끌고 갔다. 아주머니께서는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와플을 참 좋아한다. 특히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시원하고 달콤한 와플을 좋아한다.
엄마와 와플가게에 간 날이었다.
한 어린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문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사실 와플을 빨리 먹고 싶었다..)
꼬마아이에게 무슨 와플을 먹고 싶냐고 물으니 아이는 블루베리가 들어있는 와플을 먹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한 와플을 클릭하고 결제 - 신용카드결제를 눌러 아이로부터 카드를 받아 들고 카드 투입구에 카드를 넣었다. 그런데 결제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 역시 결제가 되지 않았다.
결제가 되지 않는 카드.. 왠지 카드가 결제가 안된다고 말하면 아이가 크게 실망할 거 같았다. 그래서 내 카드를 꺼내서 아이 카드인 척 넣어 결제를 했다. 주문표와 카드를 아이에게 건네주니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더니 내게 물었다.
“너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계속 그럴 거니? “
“끄덕끄덕”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엄마, 아빠가 오지랖을 부린 순간들 말이다.
태권브이도 아닌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 아빠는 망설임 없이 달려간다. 딱히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내게 엄마, 아빠의 오지랖이 유전이 됐다면, 어쩌면 변호사란 직업이 천직일지도 모른다는 도발적인 생각을 해본다.
변호사는 그야말로 오랜 시간 고생해서 공부를 한 것을 가지고 타인의 법률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니까. 변호사처럼 오지랖이 넓은 직업이 또 있을까. (있다면 죄송합니다…꾸벅…)
부디 합격을 해서 엄마,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오지랖 유전자를 마음껏 뽐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 누구보다 오지랖을 잘 부릴 자신이 있다!
지나고 돌아보면
앞만 보던 내가 보여
그때그때 잘 견뎌냈다고
생각 안 해 그냥 날 믿었다고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내 살을 베려 해도
자꾸 벌레들이 나를
괴롭히고 파고들어도
No 언제나 굴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아 난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