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남짓의 병원 아르바이트가 끝이 났다. 병원 선생님들(병원에서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직책 불문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 심지어 알바생인 나도 ‘선생님’으로 불리는..!)께서 감사하게도 응원의 인사를 많이들 해주셨다. 짧게 일한 나를 기억해 주시고,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빠짐없이 인사해 주시는 친절에 지난 퇴사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중에서도 함께 일했던 신입 선생님들은 친히 저녁시간을 빼며 송별회식을 제안해 주셨다. 그간 아르바이트하고 퇴근한 저녁엔 글을 써야 해서 저녁약속을 잡지 않았었는데, 이번 제안만큼은 밤새워 미리 글을 쓰더라도 응해야 할 것 같았다.
함께 일했던 건 고작 몇 주였다. 심지어 나는 늦게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알바생이었음에도 내게 정이 들었음을 표현해 주시고 아쉬워해주시는 마음이 너무나 고마운 것이다. 그들로써는 내가 첫 직장에서 만난 첫 동료일 것이기에 더욱 정이 들었으리라 생각이 들어, 그 순수한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사실, 저녁회식에 응한 건 다른 이유가 더 컸는데, 그건 바로 나이차이 때문이다. 나는 신입 선생님들에 비해 나이가 8살이나 많았다.(!!) 나로선 8살이나 어린 분들이 굳이 함께 저녁회식을 하자고 하는 것이 너무나 송구스러운 기분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저녁약속은 잡혔고, 우리는 약속한 식당에 도착해서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일하며 있었던 일들에 대해 회포를 풀기도 하고, 병원계에 대한 재밌는 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쌤들은 저축 잘하세요. 돈 넘 펑펑 쓰지 말고.. 술 많이 먹지 말고.. 저 때는 술 마시느라고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어쩌구 저쩌구...’, ‘회사에서 싫은 사람한테 굳이 잘할 필요 없어요. 제가 해보니깐 어쩌구 저쩌구...’하며 꼰대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그렇다... 나도 꼰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감사하게도 선생님들은 나의 이야기를 ‘오오 그렇군요. 많이 데셨나 봐요.’하며 들어주셨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 걸 자각하자 스스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해야 사회생활 몇 년 더 해봤다고 물어보지도 않은 조언질이냐.
선생님들이 내 말을 잘 받아주어서 감사한 일이지만, 상대가 경험해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나온 섣부른 조언들이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상대가 나보다 어리다 한 들, 그것이 어찌 나보다 적게 알고 적게 경험했다는 반증이 되겠는가.
난 이미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지만, 조금은 더 귀를 열고 입을 닫아보기로 한다.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좋지만, 나이가 많든 적든 상대의 경험과 생각으로부터 내가 듣고 배워야 할 점이 더 많다는 걸 항상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