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박스 3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by 신현덕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00350


'남몰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작정하던 지난 해 어느날, 우연히 책 제목을 보고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구입해 버린 책이다.

당시에는 퇴사에 대한 정당성을 찾아야만 했던 시기였기에 책 제목만으로도 상당한 끌림이 있었다. 하지만 반 년이 지나고서야 확인한 책 내용은 퇴사의 정당성은 커녕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1. 자연스럽지만 불편한 이야기

교회에서 일을 할 때, 함께 일하던 목사님이 여러 어려운 문제로 상담을 하러 온 집사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 가보시면 어때요?" (여기서 병원은 정신과 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집사님은 병원에 갔을까?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 일 이후로 집사님을 교회에서 볼 수 없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 같은 교회에 다니는 훌륭하신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계셨다.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잘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어느 날 집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목사님, 요즘 저희 병원에 같은 교회 집사님들께서 상담 받으러 오세요."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어린 아이들부터 노년의 어르신까지 그 대상 또한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자신의 아픈 마음을 치료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정신과' 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 책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신 다섯명의 의사들이 '뇌부자들'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소개되었던 다양한 사연들을 정리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책 소개글에 '청취자들의 사연에 영감을 받아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어쩌면 실제 상담 이야기 일 수도 있고 혹은 비슷한 여러 케이스들을 종합하여 만들어낸 소설일 수도 있다. 그 구성을 살펴보면

1부. 사랑받지 못할까 봐 불안한가요?

2부.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럽나요?

3부. 인정받지 못해 서운한가요?

4부. 상처 입는 게 두려운가요?

5부. 완벽하지 않아서 화가 나나요?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낮은 자존감, 과도한 자기애,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 불안, 우울, 공황..불과 10년 전만해도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 단어들이

어느새 우리의 삶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

그래서 이 단어들을 마주했을 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으로 바로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담자의 상황이 참 안 됐지만, 다른 한 편으로 '주위 사람들이 엄청 피곤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내 모습의 어느 한 단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상처를 혹은 아픔을 혹은 스트레스를 과거에 이미 받았거나 아니면 지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느껴지고, 괜히 '나도 자존감이 낮은가?',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책을 읽고 마치 '답'을 찾은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하! 내가 힘든 건 이 케이스처럼 내가 생각하고 반응했기 때문이구나. 그럼 이 책에 나와 있는 방법처럼 해결해야지." 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의 어느 케이스도 나와 혹은 당신과 같지 않다. 그러니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혹 가볍게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섣불리 자신의 상태를 이 책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라 부탁드린다.

이 책은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든 데, 불편함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갖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에게 책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어디서든 당신을 응원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이들이 있다고, 그러니 용기를 내라' 고 말이다.

책은 마음의 문제를 소개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담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의 이야기 속에 섣부른 충고나 위로도 없다.

그저 듣는다. 그리고 함께 고민한다.

그러니 용기를 내도 괜찮다.

#뇌부자들, #어쩐지도망치고섶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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