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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을 완벽하게 판별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은 신기루다

by 김경섭

안목에 대한 환상


그것은 신기루다


진품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것이 가능한가?


2005년에 <살바도르 문디>라는 작품이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15호 정도 되는 작은 초상화 크기의 유화 작품인데 2017년도의 미술품 경매에서 50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가 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모나리자>라는 전 세계 최고의 문화자산을 만들어내고 한 국가의 문화 사업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통시대적 전 인류를 통틀어 no.1 천재라 일컬어지는 초대형 거장의 새로운 작품이 등장한 것이다.


레 다 살바도르 문디.jpg 살바도르 달리 _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런데 과연 그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이 진짜로 맞을까? 그 작품은 진품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해면 진품으로 규정되어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진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누구도 정확한 답을 알 수 없고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들이 많이 존재한다. “신은 존재하는가?”, “세상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인간의 목적은 무엇인가?” 등의 거대 담론에서부터, 소소하게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것 들은 비일비재하다.


여행 가는 길 국도변 도로 모퉁이에 떨어져 있는 오래돼 빛바랜 담배꽁초를 누가 버린 것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단 말인가? 18년 전에 내 오토바이를 훔쳐 간 범인을 그때 못 잡았다면, 지금에 와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최고의 권위를 내세우는 세계 최정상급의 전문가들이 감정을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신이 아니다. 그들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제 자체가 확실한 답을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최고의 과학수사대를 섭외해도 CIA와 FBI를 데리고 와도, 담배꽁초의 원 주인과 18년이 지난 오토바이 절도 사건의 범인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00년이 더 지난 그 시대에 카메라나 녹음기 따위는 당연히 없었을 테고,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직접적 증거는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다. 서명이라든지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라든지 간접적인 증거 정도가 있을 터인데, 그런 것들은 당시에 또는 후대에도 충분히 조작이 가능한 것들이다. 현대에 와서 과학이 많이 발전했고 위작을 판별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근현대 작품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또한 조금 더 상대적으로 정확해졌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완벽한 실체적 진실을 알아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어떠한 결론이든지 간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만들면 된다. 그것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주장의 논리는 이미 충분히 만들어 놨을 것이고, 반대로 위작 내지는 기획작이라는 주장의 논리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알 수가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답을 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정답을 말해 주어야 한다. 정답을 말해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기획하고 이끌어 낸 것일지도. 다시 말해서, 그것은 정답으로 규정되어지는 것일 뿐이다.

심미안. 작품을 보는 안목.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눈썰미. 그런 것들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정확도와 확률이 높다는 것일 뿐이다. 기계처럼 완벽한 정확도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만약에 그런 심미안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신의 능력을 하사 받은 사람이 있다고 쳐 보자. 작품의 실체적 진위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그 사람이 그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 사람이 “난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을 신으로부터 받았다.”라고 진실하게 말하면 믿어줄 것인가? 몇 가지의 고 난이도 문제를 가지고 테스트를 해 본다면 알 수 있을까? 테스트를 해서 그가 낸 답변이야 말로 정확한 것이라고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만약에 그동안 진품으로 잘못 알려져 왔던 가짜 문화재의 실체적 진실을 발설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고 믿어줄 것이냔 말이다. 만약에 누군가 진짜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파고 들어가면 없다.


아무튼 그런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만약에 존재한다고 해도, 하늘을 날거나 투명인간이 되는 초능력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가 진짜로 그런 초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가 없다. 완벽한 증명이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위를 판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인식되는 권위자의 발언과 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진실이 되는 힘을 가지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높은 위치까지 간 사람. 그가 판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 최고의 권위자들도 도저히 답을 알 수가 없는 진위 판명 과제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판명을 한다. 해야 하는 것인지 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판명을 한다. 그러면 그것은 진실로 규정되어지고 힘을 갖게 된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에게 진실 그 자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진실은 신의 영역이다


작품의 진위 실체와 규정되어지는 것 사이에는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① 실체적 진품이 ‘진품’으로 규정되는 경우

② 실체적 위작이 ‘위작’으로 규정되는 경우

③ 실체적 진품이 ‘위작’으로 규정되는 경우

④ 실체적 위작이 ‘진품’으로 규정되는 경우


①,②의 경우가 전부이면 좋겠지만 ③,④의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실수나 인간 능력의 한계로 발생하는 문제일 때도 있지만,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고 만들어질 때도 있다. 일종의 사기이자 범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거대한 힘과 음모가 작동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것의 당위성이나 공정성과는 상관없이, 그냥 항상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세상사이다.


물론 그 네 가지 경우가 같은 비중으로, 25%씩이라는 것은 아니다. ①, ②가 그래도 90% 이상은 되지 않겠는가? ③, ④는 10% 이하일 것으로 추측하고 최대한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비율은 그저 막연하게 추정할 수 있을 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때로는 어떤 작품의 정확한 진위를 판별하는 것이 이 비율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만큼이나 허황되고 막연한 문제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은 판별이 가능하지만,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한 작품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유죄나 무죄로 판결이 나는 경우도 똑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사법부의 권위는 존중해 줘야 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방법 외에 더 좋은 대안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판결이 항상 완벽하게 정확할 수는 없다. 때로는 실수로 때로는 의도에 의해 조작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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