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오는 어떤 기회

by 김경섭

예를 들어서 세계적인 케이팝 그룹의 멤버 누구라든지, 사회적으로 꽤 영향력을 가진 어떤 유명 인사가 어떤 한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기사가 났다고 하자. 한 명의 의견과 취향을 가졌을 뿐일 한 사람이 작품을 산다고 해서, 그 작품이 뭐가 달라지냐는 말이다. 갑자기 없던 작품성이 생기는 것도 아닐 테고.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고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이성보다 본성, 생각보다는 감정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로 인해서 작품에는 아우라와 권위가 생기게 된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자존심 강한 예술가인 나에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작품을 사겠다는 그 유명 인사에게 예술가의 자존심이 실린 각도 89도의 감사 인사를 올릴 것이다. 굽히지 않는 나머지 1도는 아티스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만약 그가 어깨가 결리다고 한다면, 매우 아픈 것이 확실하다면, 나는 아프지 않게 시원하도록 딱 적당한 강도의 심혈을 기울인 악력으로 주물러서 그의 어깨 근육을 풀어줄 용의까지는 있다. 그 이상은 안 된다. 나는 자존심이 쎈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나의 경쟁자인 이재복 작가가 돼지꼬리 모양 초식의 앞 구르기로 무릎 꿇기를 시전 해서 자신의 작품을 그냥 바치는 식으로라도 내 기회를 갈취해갈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또 다른 경쟁자이자 동료인 최원열 작가에게 뒷돈을 조금 찔러주고, 앞 구르기 판에 순간 강력접착제를 발라놓게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가 직접 나서기에는 민망하니까, 날 도와줄 주변 사람들에게 술이라도 좀 사며 소문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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