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품인데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와, 그저 그런 작품인데 유명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작품의 내용과 수준만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평가되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제대로 노출되고 조명을 받는 방법을 몰라서 어딘가 구석에서 잠깐 열어졌다가 또는 그 정도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스르륵 부끄러운 소녀처럼 사라지는 경우는 많다. 또한 그저 그런 작품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엄청 대단한 작품인 것처럼 부풀려지고 홍보되어 궁금한 사람들이 막 모여들고 사람들에게 주입되고, 밴드웨건 효과로 영문도 모르고 같이 추종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결국 좋은 작품으로 평가되는 경우는 많다.
그렇게 올라간 작가의 위상에 의해 기반이 확보되면 작업의 동력과 자금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결국 진짜로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좋은 작품도 아니면서 끝까지 좋은 작품이라고 우길 때도 많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뭔가 꺼림칙하고 불만스러워하면서도 분위기와 미술 시장의 결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는 많다.
미술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렵고 애매한 문제이므로, 좋은 작품임의 논리를 잘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주입시켜 가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홍보이고 그것이 실력이고 그것이 작업인 것이다.
컬렉터들의 철칙이란 게 있다고 한다. “컬렉팅은 니 눈에 좋은 것을 사는 게 아니다. 절대로 니 눈을 믿지 말고 니 맘에 든다고 사지 마라. 가격이 오를 작품을 사고 싶다면 공부해라.”
이 말은 미술은 각자의 느낌을 존중해 주는 척하지만 그것은 감상할 때까지만 이고, 돈을 지불하고 작품을 사는 단계에서는 각자의 기준과 취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작품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입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