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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Mar 17. 2021

다른 사람을 웃기기 전 주의해야 할 4가지

제니퍼 에이커, 나오미 백도나스<유머의 마법>

우리는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 인터넷에 '호감 가는 사람 특징'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는데, 바로 잘 웃는/웃기는 사람이다. 남들을 웃게 해 주는 사람은 대부분 주변 지인들의 신뢰를 얻는다. 실없는 농담을 하는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삭막한 분위기를 풀어주고 모임에 나온 사람들을 잘 챙긴다. 웃음을 주는 사람은 모임에 빠져선 안 될 소중한 '인재(!)'다.


하지만... 가끔 주목받고 싶은 일부 사람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남을 웃기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아재 개그를 날리는 상사, 지(?)만 재밌는 노잼 개그를 남발하는 선배, 토닥토닥 위로가 필요한 데 눈치 없이 말장난을 하는 친구까지... 아주 그냥 짜증이 솟구친다. 이런 부류를 주위에 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 입을 콱 틀어막아 버릴까!!'


출처: 드라마 <예쁜 남자> KBS


이번에 소개할 책 <유머의 마법>은 유머가 삭막한 삶 속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별거 아닌 농담을 한다 생각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놀라운 효과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사실 유머의 장점에 대해 여러 가지 적고 싶지만, 글이 늘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다.


대신, 이번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웃기기 전 주의해야 할 4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첫째, 가치관, 신념 건들지 않기



가치관과 신념을 건드리는 유머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한다. 본인은 부하직원을 웃기기 위해 그런 개그를 날리는 게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인격모독으로 받아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커밍아웃하지 않은 직원 앞에서 상사가 이런 농담을 한다. '야!ㅋㅋㅋ 저번 회식 때 게이 봤냐? 완전 지가 여자인 줄 알아ㅋㅋㅋ'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언어폭력으로 다가온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유머의 마법>에서는 웃길 소재가 없으면 상사들은 차라리 '자기 비하'유머를 하라고 권한다.


 

둘째, 전달 수단 따져보기



방송에서 재밌는 개그를 봤다고 섣불리 SNS나 회사 이메일로 '재가공해서' 공유하면 안 된다. 책에 웃(기지만 슬)픈 사례가 나온다. 한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나름 팔로워를 웃기기 위해 '월급은 개꿀인데 출퇴근 거리는 똥망이다'는 드립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 게시물을 보고 화가 난 채용 담당자는 바로 그와 고용 계약을 끊었다. 내가 하는 농담이 다른 사람에게도 통할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차라리 그냥 원본 방송 링크를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

 


셋째, 상황 봐가며 농담하기



진지하게 회의할 상황인데 자꾸 이상한 드립 날리면 안 된다. 회사 목숨이 걸린 중요한 사안인데, 분위기를 풀어볼 거라며 억지로 농담해선 절대 안 된다. 책에 적절한 예가 있다. 한 회사 CEO가 직원 해고를 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그는 기존 직원과 해고할 직원을 불러 회의를 한 후,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한 순간에 가벼운 농담을 해 버리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렸다. 'OO 씨 나가주시죠!! ^^' 찬물을 끼얹는 듯 회의실은 숙연해졌다. 다행히 CEO의 사과로 사태는 급 수습되었다. 이렇듯, 개그를 날리고 싶다면 적절한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넷째, 유머 코드 고려하기



나와 상대방이 좋아하는 개그 스타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선 넘는 개그'처럼 공격적인 장르를 좋아하는 반면, 상대방은 '아재 개그' 같이 가볍게 웃긴 장르를 좋아할 수도 있다. 예전에 한 개그맨이 유명 배우의 연기를 소재로 코미디를 한 적 있었다. 이걸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배우의 연기를 폄하하는 거 아닌가''당사자가 보면 모욕감 느낄 듯'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개그맨은 대중을 상대로 웃겨야 하니까 어느 정도 악플을 감수할 필요가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 상대방을 즐겁게 하려면 감으로라도 그 사람의 유머 코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아니, 그러면 어쩌라는 말이냐? 나도 좀 웃겨보고 싶고,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싶은데!' 라며 반박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머의 마법>에서는 농담 중 실수했다면, 재빨리 진심으로 사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유명 방송인들도 종종 본인 개그가 실패할 때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코미디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나마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머 사용을 겁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회색지대를 항해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문화적, 개인적 변화에 따라 계속 교정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며, 우리가 구사하는 유머의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유머를 강력한 도구로 사용할 때, 그것은 해로운 고정관념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밝힐 수 있다.

엄청난 유머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 좋은 일을 위해 유머를 써라 p.272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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