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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l 17. 2021

플라스틱은 환경을 지켰다

마이클셀런버거<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요즘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일회용 컵, 수저, 빨대 등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19까지 발생하면서 그동안 알고도 모른 척했던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북이 빨대 제거 유튜브 영상 일부 발췌. 이 영상은 자그마치 조회수 4207만을 기록했다. (좌)   태평양 쓰레기 섬 (우)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은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문제다. 최근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화제가 되면서 장바구니 쓰기, 텀블러 이용하기, 남은 음식은 포장하기 등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런 수요에 보답이라도 하듯, 플라스틱 대체 재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나무 칫솔,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빨대, 생분해 성분이 든 비닐봉지까지 나름대로 환경을 생각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책 <환경을 위한다는 착각> 통계 수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은 1960년에 비해 한 사람당 플라스틱을 10배가량 더 쓴다고 밝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2015년에서 2025년 사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10배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선진국은 플라스틱이 자연에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재활용 비율을 늘려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고작 3분의 1에 불과하다. 심지어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분리배출 되지 않은 쓰레기는 아프리카, 아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에 떠넘겨버린다. 아무리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사용하려 해도, 원유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잘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환경을 위한다는 착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플라스틱 덕분에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며 설명한다.


첫째, 전 세계 해수면에 떠 있는 플라스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연구 결과, 전 세계 해수면에 떠 있는 모든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전체 중 고작 0.1 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연구자들의 예상과 달리 미세 플라스틱 양 또한 고작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 행방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예측하고 있다.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플라스틱은 더 빨리 분해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 해양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배설물 덩어리로 뭉쳐서" 가라앉게 한다.


결국 과학자들은 우리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게 많다고 강조한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어디에 있는가?" 질문의 답은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환경주의자들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수 백 년, 수 천년이 걸릴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플라스틱은 햇빛에 노출될 때 놀라운 속도로 분해된다고 한다. 햇빛을 받은 플라스틱은 유기탄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유기탄소는 바닷물에,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플라스틱은 사라진다.


둘째, 플라스틱은 자연 소재 사용을 감소시켰다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사치품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사용했다. 특히 매부리 바다거북, 코끼리가 주 희생양이 되었다. 장인들은 거북을 산 채로 잡아 껍질을 벗긴 후 안경, 빗, 보석, 각종 상자 등을 만들었다. 코끼리 상아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거북 껍데기와 상아를 대체할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이들을 사냥할 필요가 없어졌다. 희귀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죄 없는 동물을 잡을 일이 사라졌다. 모순적이게도, 플라스틱 사용이 상용화된 이후 사라졌던 동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저절로 밀렵 횟수가 줄어들었다.


셋째, 의외로 친환경 용품은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환경주의자들은 자연적인 재료를 가장 좋은 것으로 여긴다. 천연 소재 제품을 찬양한다. 오가닉, 친환경이라 붙은 제품은 얼마든지 구입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자연 재료를 쓰고 싶다면 불가피한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가령 생분해가 잘 되는 나무 칫솔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벌목해야 한다. 오가닉 티셔츠를 입으려면 어쩔 수 없이 멀쩡한 땅을 밀고 목화를 심고, 일반 목화 재배 방식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사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물건이 어쩌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환경 보호 목적으로 텀블러, 에코백을 사용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의외로 비닐봉지보다 훨씬 많다. 종이봉투가 비닐봉지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사실 비닐봉지는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0.8퍼센트 차지할 뿐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언론과 각종 매체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먹다 죽은 동물,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동물 사진을 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쩌면 환경 보호도 이권과 관련된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친환경' 컨셉 제품을 팔기 위해 극단적으로 환경 이슈를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다. 책을 통해 언론과 환경운동가들이 아름답게 포장한 '생태주의'의 민낯을 파헤쳐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100퍼센트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만들어야 할 때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일회용품 소비를 하면 안 된다. 결국 환경에 해가 되는 행동이니 말이다.


친환경 표시 붙었다고 과소비를 합리화하지 말자. 환경에 도움되니까 대량으로 사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진정으로 환경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은 "필요한 만큼 사고 오래 쓰는 것"이다. 의도가 선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플라스틱, 진짜 필요하다면 죄책감 갖지 말고 쓰자. 단, 쓰려면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난이도 높은 책이다. 하지만 "제대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꼭 읽길 바란다. 유튜브가 전하는 단편적인 지식보다 훨씬 더 환경에 대해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다. 책을 읽고 "옳은"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길 바란다.


자연에 도움이 되는가, 인류를 번영케 하는가. 이것이 우리의 연구를 좌우하며 그밖에는 판단할 일이 아니다. p.551 


덧) 이 책은 굿리즈 펑점 5점 만점 중 4.17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평점은 10점 만점 중 4.75에 불과하다.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국내 환경주의자들이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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