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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l 07. 2020

올빼미 생활은 이제 그만 할래요

이제 밤에는 좀 자자

지난주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사실은 아직 아침에 눈뜨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도 일찍 일어나려구요.


20살 때부터 올해 초 까지 내 수면 패턴은 엉망진창이었다. 대학교 강의나 학원 수업이 이른 시간에 있을 때만 일찍 일어났고 스케줄이 여유로운 날에는 오후 12시까지 퍼질러 잤다. 늦게 일어난 날은 어김없이 새벽 4시가 다 돼서야 겨우 잠들었다. 심지어 주말에는 남들 다 일어나는 시간인  아침 6시에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나는 정신 나간 인생을 살았다. 이러니.... 제대로 된 성장을 하겠냐.. (과거의 나를 만나면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 줄 테야...)


수면 패턴도 엉망진창, 시간관리도 엉망진창, 미루고 미루다가 데드라인이 코 앞에 다가오면 그제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24시간 중 10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더 웃긴 게, 당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헬조선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비판적인 댓글과 비판적인 글만 주야장천 읽었다. 나의 그릇된 신념은 견고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독서를 제대로 하고 짧은 글이라도 썼더라면...)


올해 초 시험이라는 환경설정 때문에 먼저 수면시간을 똑바로 정해야 했다. 오전 1시 취침 오전 9시 기상으로 루틴을 정하고, 주말까지 이 패턴을 유지했다. 처음 한 달은 몸이 적응하기 힘들어 기상시간에 제때 일어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숙면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읽고 효과적인 수면 환경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해가 지면 형광등을 켜지 않고 노란 조명 무드등을 켰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를 씌우고 사용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조명 탓인가 밤이 되니 몸이 나른해지고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2~3시간 독서를 하고 자야 하는데, 졸음이 쏟아져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면 시간을 바꿔보기로 했다. 12시 취침 7시 30분 기상 패턴을 시도했다. 아침에 제시간에 눈을 떴지만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보고 싶어 11시 취침 7시 기상으로 다시 수면 환경을 설정했다.


2017년 교생실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난 것 빼고 (당시 배정받은 학교가 집에서 1시간 거리였다ㅠㅠ) 오랜만에, 엄~청 오랜만에 연속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니 조금 어색했다. 살다 보니 별일이었다.


막상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특유의 새벽 공기 냄새 같은 게 좋았다. 몸도 개운하고 꽤 상쾌했다. 전날 수면방해를 일으키는 블루라이트를 쐬지 않고 자서 그런가, 머리가 맑았다. 아침에 커피 한잔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잔잔한 재즈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하니 정말 행복했다. 놀 때랑 다른 행복이었다. 나만의 시간에 푹 빠진듯한 기분이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느낌이 좋았다.


"이래서 다들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 할 때도 안 하던 걸 퇴사하고 나서 이제야 하다니.. 나 무슨 청개구리냐.


뭔가 올해는 자력갱생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개념 없이 인생을 헛되이 보냈던 내가 점점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꽤 많은 사람들은 '올해도 글렀어. 나 아직 하나도 목표를 이룬 게 없어!!!'라고 한탄하는데, 사실 나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무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해 냈다. 영어, 한 달 쓰기, 브런치 작가 선정, 공유수 폭발, 조회수 폭발, 독서모임, 좋은 인연, 건강, 데일리 리포트, 운동 꾸준히 등등.... 의미 있는 상반기를 보냈다.


때로는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지?'라는 근본적인 두려움에 잠시 흔들려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만,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없다'는 말처럼 나의 나쁜 습관부터 차근차근 고치자. 이것이 훗날 새로운 곳에서 일할 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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