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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Jan 08. 2024

두근두근 제주도 워케이션

2024년 일과 삶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 떠난 제주도


2024년 목표는 뭐야?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목표를 세우는 일에 진심인 내가 2024년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세우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걸 수도 있다.


 20대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 초반에 만들어놓은 <10년 후 비전>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매 년 10월이 되면 다음 해에 목표가 수십 가지가 세워졌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1년을 빼곡하게 살아왔다.

지금은 1년 단위의 목표도 세우지 않고 있는 나를 보며 "지금의 내가 진짜 내가 맞나? 문제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건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싫지 않았던 내가 한 해의 시작이었던 1월 1일이 기쁘지 않았고 설렘도 없었다는 거다.

계획을 세우고,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며 달성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고 다시 또 반복하며 살아온 지난 날들.

그건 단순히 목표만을 세웠다기보다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살아왔기에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프리랜서 강사 활동이 가능해졌다. 빈틈없이 살아오느라 다른 것을 못 보고 놓친 것들도 있지만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 아쉬웠던 건 나의 비전과 목표에 가족은 없었다는 거다. 오롯이 '일'만 있었다.

앞으로는 남편과 미래를 같이 생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일과 삶이 크게 분리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기존에 해오던 나의 목표 설정 방식과 방향을 바꿔야 하는 일이기에 쉽게 계획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작업을 해야 할 때 나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루 종일 어딘가에 묻혀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잡히기 때문이다.

 마침 연 초에 남편이 제주도에 출장 일정이 잡혔고, 나는 12월에 계획하려고 했던 2024년 비전 세우기를 잠시 멈추고 기다렸다. 계획쟁이가 그대로 멈춰 있기는 힘들고, 리스트업은 해놓은 상태였다.


최근에는 여행도 <목적 있는 여행>을 즐긴다. 극 J에게 너무 잘 맞는 여행 이름이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여행하면 떠오르는 게 '휴가, 힐링'이었다. 지금 나에게 여행은 휴가와 힐링 그 이상이다. 단순히 쉼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여행을 일상처럼', '제주도에서 워케이션', '요가여행' 등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거다.

남편의 출장을 함께 하기로 한 순간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첫째. 2024년 일의 비전과 목표를 구체화하자
둘째. 우리 부부의 미래를 위해 2024년 계획을 구체화하자


모든 것에 '구체화'라는 단어가 함께 들어가 있는데 의료업계에서 많은 의료계종사자들에게 <비전 특강>을 할 때에도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다. 대, 중, 소로 분리해 가며 내가 해야 할 큰 타이틀을 두고 구체화된 액션 포인트를 만드는 거다. 남편은 극 P 유형이라 계획된 틀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화를 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주까지 왔으니 협조를 해주겠지.


제주도 워케이션 목표

2023년을 일과 삶을 회고하고, 하고 싶은 일들로 2024년을 더욱 살맛 나게 만들어보는 거다

평일 낮에 남편은 일하고, 나도 카페에서 일을 하기로 했고, 밤에는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살아 볼 미래와 가까이는 2024년에 대한 계획을 틈틈이 세우기로 했다.





프로계획러에게 제주도 워케이션이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이 생겼고, 가기 전에 나에게 필요한 맞춤 리스트업을 준비하는 데 바빴다.


카페 리스트 (제주스러운 카페, 그러나 조용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

요가원 리스트 (특색 있는 요가원)

숙소 리스트 (비즈니스호텔 위주의 부대시설로 헬스장 있는 곳 위주로 선정)


 까다롭지만 까다롭지 않다. 원하는 조건이 명확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거나 결정할 때도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조용한 카페이면서 제주스러운 느낌을 주는 곳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워케이션을 제주로 다녀온 분들은 많은데 육지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스타일의 장소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하루 종일 일 할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에 몰두해야 할 오후 시간에 이용할 조용한 카페를 찾아야 했다.

카페는 다녀보고 정리해서 업로드할 예정이다.

디지털 노매드, 워케이션으로 제주를 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할 테니까.


 

네이버 지도에 별을 가득 채워서 제주도에 도착했고, 지금은 워케이션 1일 차이다. 2023년 초 까지 제주 출장을 자주 다녀서 제주시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을 자주 이용해 왔는데 그게 꽤나 도움이 됐다. 룸 컨디션이나 부대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숙소를 바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효율적이었다.

남편도 "숙소는 자기가 알아서 찾아주니까 걱정이 없네" 라며 식당은 본인이 다 알아보겠다고 한다. 둘이 다니면 이게 좋다. 뭐든 나눠서 할 수 있으니 효율성이 좋아진다


 워케이션 가서 할 업무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집에서 챙겨 온 책과 노트, 다이어리다.

비즈니스호텔의 장점은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세팅되어 있다는 점이다. 출장 왔을 때도 책상이 있어서 급히 줌 미팅을 해야 할 때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난다. 숙소에 오자마자 책상 세팅을 하며 "여긴 내 자리야" 하며 앉아서 다이어리 정리를 했다.


뭘 그렇게 써? 자기는 쓰는 게 좋아? 재밌어?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남편이 묻는다. 평소 내가 책상에 앉아서 보거나 쓰거나를 하는 데 그걸 자주 보는 남편은 그게 신기하다고 한다. 아마 본인과 내가 성향이나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나는 남편이 신기하다.

퇴근 후 휴식과 힐링이 필요하다며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떨어지지 않는 걸 볼 때 '허리가 안 아플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애니웨이, 나는 쓰는 게 좋다.

현재 직업은 프리랜서 강사. 말을 하는 직업을 하고 있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말솜씨가 있는 편이다.

물론 김미경, 김창옥 강사처럼 스타강사는 아니지만 의료미용업계에서 피부과 스탭 출신 강사로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병원 현장에서 피부관리사, 상담실장, 경영이사로 15년. 퇴사 후, 그 일을 바탕으로 병원 서비스 전문 강사 일을 하게 되었다.

일대일로 상담하는 일을 하다가 수십 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진땀을 흘렸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가끔 몇 백 명 앞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무대를 즐기는 나를 보면 나도 신기하다.

과거에 있기에 현재가 존재하는 것 같다. 나의 과거에 박수를, 그리고 현재에 나아감을 더 응원해주고 싶다.

그 응원 속에 내가 가야 할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2024년 목표를 세우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워케이션 1일 차 설렘인지 적응이 안 되서인지 새벽 5시 반에 알람 없이 기상했다. 남편은 여행이니까 천천히 일어나라고 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깨고야 말았다. 일어나서 다시 잠이 들지 않는 그 시간이 아까웠다. 최근 동기부여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통해 얻을 때가 많은데, 브런치를 켜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졌거나,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프리랜서들이지만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엿볼 수 있어서인 듯하다.

그들의 글에 삶에 녹여져 있고 읽다 보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글감이 없어서 글을 정기적으로 못 쓰는 게 아니라 두려움이 크다. 매 순간 글을 쓰다가 발행이 아닌 저장 버튼을 누르고 만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니까 잘 써야 하지 않을까' (압박)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이런 내용도 쓰고 싶은데, 현업에 있으니까 너무 사실적인 건 쓰면 안 되겠지' (제약)


워케이션 1일 차인데, 벌써 좋은 기운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게 워케이션 효과일까.


워케이션 (workcation)
일을 뜻하는 'work'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를 의미하는 신조어


 워케이션이 유행할 때부터 이 의미에 부합되게 '나도 꼭 워케이션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라서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정말 뭐가 다를까? 더 좋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막연하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경험하고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정기적으로 워케이션을 다녀볼까 고민 중이다


이 글을 새벽 5시 30분에 쓰기 시작해서 7시 44분에 마무리한다. 약 2시간이 소요 됐지만 쓰는 내내 설렘과 행복감이 들었다.

내가 '발행' 버튼을 누를 거라고 직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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