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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Jan 04. 2024

자가용 보다 대중교통이 더 좋은 이유

분초사회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프리랜서 강사의 일상


 운전을 하지 않았을 때는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해야 하고, 주로 병의원을 다니다 보니 안전을 위해 거의 20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코로나 시기에는 100% 자가용을 이용해 강의장으로 이동했고, 되도록 외출을 삼갔다.

차가 없던 시절에는 노트북과 가방, 그리고 운동화까지 챙겨서 다니느라 강의를 다녀오면 온몸이 쑤셨다.

운전하면서부터 몸이 덜 고생해서 좀 나아진 것 빼고는 개인적으로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차가 막히면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 싫고, 운전을 하면 손을 쓸 수 없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답답함을 느낀다. 핸드폰으로 밀린 업무(SNS업로드, 미팅 일정 조율, 안부, 이메일 체크, 스케줄 관리 등)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차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백색소음에만 의지한 채 차멍을 하는 습관이 생겨서 머리가 복잡할 때 그 고요함을 즐기기도 한다.


 강의가 있어서 외출을 준비할 때 강의 복장 보다 더 고민하는 일이 차를 가지고 갈 것인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이다.


차로 가면 편할 순 있어도 시간이 낭비되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힘들지만 밀린 SNS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겠지?


 강의하는 곳이 대부분 교통편이 잘 되어 있어서 차가 없어도 찾아가기 좋은 곳이 많은 편이다. 때로는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11분을 걸어야 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 그런 병의원은 VIP위주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단독 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에 역세권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짐이 적다면 다닐만하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수단이 더 좋은 이유는,

SNS 밀린 피드 업로드

교수님들과 미팅 일정 조율 완료

워케이션 기간 작업할 곳 카페 리스트업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선정 도서 완독

퍼스널코칭 보고서 확인 및 피드백 할 내용 정리

대학교 교수평가 내용 확인 완료

블로그 임시 저장 2권 완료

지방 출장 2건 항공 예약 완료

헤어숍(뿌염, 커트) 2건 예약 완료

요가원 스케줄 예약 완료


 이동하면서 약 10가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효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재에서 작업할 때는 일에 몰두하고, 외부로 출강을 가거나 하면 집중된 시간을 보내야 해서 이런 일들이 미뤄질 때가 많았는데 한 번에 처리해서 속이 시원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오늘 나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J형의 나는 시간을 분, 초 단위로 쪼갤 정도로 데일리 스케줄에 일정이 빼곡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시간에 공백을 두기로 결정한 지 1년이 되어가는 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주 1회 정도는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자신에게 준다고 한다. 그 글을 보고 나도 실천해 봐야겠다고 다짐은 했으나 언제나 나의 스케줄표는 일정이 꽉 차있다.

새해니까 다짐을 하기에도 좋은 시기인 만큼 1월 첫째 주부터 실천하기로 하고,  '비우는 시간'으로 만들어봤다. 사실 남들에게는 '이게 비우기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극 J형의 나에게는 하루에서 반나절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러 비운 시간 동안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서 오늘도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오전 강의를 끝내고 혼밥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밥집을 찾아서 혼자 점심을 먹는다. 거리를 걷다가 오프라인 의류 매장에 들어가서 필요한 옷을 구입한다.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이 시간 동안 한 번 도 휴대폰을 꺼내지 않았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소소한 행복이다.


집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몇 분에 도착하는지 어디가 빠른 환승 자리인지도 확인하지 않는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지하철 기다리면서 브런치 글을 쓰는데 급행을 타야 하는데 문이 열려서 탑승하고 보니 일반열차다.

잠시 내릴까 고민했지만 15분 더 늦게 도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계속 글을 쓰면 되니까.


진정한 여유란 이런 건가보다.

어떤 상황의 변수가 생겨도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반응하는 것. 이런 기분 나쁘지 않다.


 과거에 나는 분초사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대표라고 할 만큼 초 단위로 시간을 설계하고 움직였다.

강의 자료를 폰으로 확인하며 길을 걸었고, 바쁠 때는 걸으면서 김밥을 먹기도 했으며 지하철 환승과 탑승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는 것이 일상이었다.


 불과 2~3년 전까지의 나의 모습이다. 코로나 시기부터 조금씩 나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삶을 재정비해야겠다고 느낀 2022년에 2023년을 나만의 안식년으로 계획했다.

그 모든 것에서 '내려놓음'이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후회도 없고, 알찬 1년을 보낸 결과가 지금의 나의 일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이 여유들이 내가 이대로 누려도 되는 걸까, 불안하기도 하다.

'이게 맞는 건가. 더 바쁘고 정신없어야 잘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존재하는 나의 모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분초사회 속 일상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졌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시야를 넓게 바라 보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 들에 유연함과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은 조금 더 안정된 상황으로 일과 삶의 루틴을 잡아가려고 한다.


2024년 계획들을 세우는 데 '오늘 나의 소소한 하루의 행복'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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