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니스타 Jun 03. 2024

함께하면 끝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



체력 관리에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 요가 외에도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등산도 관심사에 하나였다.

"산을 왜 타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내려올건데.." 라는 사람도 있고,

"산을 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게 얼마나 많은데..."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산은 '정상' 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좋다!



 목표지향주의자여서 무엇을 하든 목표 그리고 결과물이 있다면 기꺼이 즐길 수 있다.

등산을 자주 해보진 않았지만 우연히 몇 번 산에 갔을 때마다 좋은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좋은 사람들과 등산을 했고, 산을 타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간식을 먹고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인생샷을 찍기도 했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등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학원 MT였고 청계산에서 약 서른명 정도의 인원이 등산을 하게 되었다. 단체로 갈 때는 속도와 방향에 맞춰야 하는데 혹시라도 못 따라갈까봐 걱정 되었지만 동기들도 함께 가기로 해서 참석 있는 용기가 생겼다.


등산 모임은 일요일 오전 9시.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동기와 함께 챙겨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수다를 나누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단백질바, 소금사탕, 얼음물, 물티슈.. "이것도 좀 많은데 잘 짊어지고 산행할 수 있으려나?" 걱정을 하던 찰나 학회장과 등산 할 멤버들이 도착했다.

학회장이 도착해서 김밥, 한약(?), 얼음물을 나눠주었다. 등산 가방이 없어서 크로스백을 매고 간 나는 무거워도 짐을 가방안에 차곡차곡 쟁여 넣었다.



 청계산을 주 2회 오른다는 선배님이 우리가 오를 경로에 대해 브리핑 해주시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다보니 계양산과 비슷하게 계단이 많았고, 깔딱고개를 넘겨야 정상까지 갈 수 있는데 "잘 넘길 수 있겠지?" 걱정하며 올랐다. 다녀와서 글을 쓰다 보니 등산 한 번 다녀오면서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매순간 걱정을 했던 내가 보였다.

산을 타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왕복 3시간 산행을 한다는 것, 그리고 속도에 맞춰서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걱정이 되었나보다.

다행히 등산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섞여서 함께 움직였고 등산 초보인 사람들이 잘 오를 수 있도록 주변에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를 정도면 산을 안 타봐서 그렇지 체력이 되는거예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청계산은 오르는 길 사이사이에 쉼터가 꽤 많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꿀뚝 같았지만 단체 활동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상까지 가는 길 동안 쉼터를 들르지 못했다. 사실 아무도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 않았는데 혼자 걱정만 한 가득하며 소통 없이 긴 산을 오르기만 했던 것 같다.


"아.. 이게 아닌데. 쉼터에 앉아서 바람 맞으며 김밥 먹어야는데.."


 속으로는 생각 했지만 긴장된 상태로 김밥이 넘어가질 않을 것 같아서 쉼터에 쉰다고 해도 못 먹을 것 같았다. 왜 이렇게 긴장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대학원 선후배들이 함께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어딜 가든 단체 활동에서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맞추는 편인데 처음 가 본 대학원 모임 산행에 초보 티가 팍팍 났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내 눈에 함께 간 동생은 프로 등산러 같아 보였다. 등산을 자주 하진 않지만 기초 체력이 좋아서인지 날다람쥐처럼 산을 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뒤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내가 뒤쳐지지 않게 이끌어주고, 미안하지 않도록 적절히 속도를 맞춰주는 모습에 "이 친구는 평소에도 배려심이 넘치더니 산을 탈 때도 배려를 잘 해주는구나" 동생이지만 항상 배우는 게 많은 친구다.






 산을 오르며 볼터치 한 것처럼 얼굴은 빨개지고, 모자를 썼는데도 머리에서 뜨근뜨근 열이 느껴지며,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오르느라 나의 무릎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닌 상태였다. 심박수는 160~170을 오고 가고, 심박수를 120~130까지 떨어트리고 다시 오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고나니 어느샌가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니 선발대로 올라간 선후배님들이 반겨주었고,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사진까지 찍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그때서야 배가 고팠고 주변에서 나눠주는 바나나, 오이 등을 받아 먹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한껏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 해냈다!!!


 등산을 오르면서 과연 혼자하는 사람들은 어떤 힘으로 끝까지 오를 수 있는건가 궁금해졌다. 나는 함께 했던 분들이 이끌어주고 기다려주며 올라가서 정상까지 갈 수 있었는데, "어떻게 혼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프로 등산러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 등산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했다. 대단한 의지력이 아닌가.

등산을 하며 느낀 건 힘들수록 함께 의지할 수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안 될 것 같던 것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거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의지력도 길러지고, 이루고나면 성취감도 맛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


'독서 모임' 도 비슷하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사람들이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이 책 너무 어려워서 혼자 읽었으면 중도 포기했을거예요"

어려울수록 함께 읽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해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책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등산을 자주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한 번, 두 번의 등산 경험이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 짓게 되기 때문에 힘들지만 함께 하면서 좋았던 추억들을 가지게 되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단체로 등산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등산에 욕심을 내고 등산화를 새로 구입하고 많이 신지 못해서 아까운 마음에 "한 번이라도 더 신어야지!" 하며 간 것도 있는데, 생각했던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다시 한 번 알게 된 나는 전형적인 외향형 인간이라는 것.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액티브한 활동을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그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이 선발대로 움직이며 등산하는 것을 보고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되고, 등산 다음날 새벽 6시에 헬스장에 가는 실행력을 보며 '긍정적 자극' 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에겐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느리더라도 천천히 따라올 수 있게 기다려주기"


 나의 일과 삶에 연결된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긍정 에너지를 나누는 것에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게 강의로 전달하든, 컨설팅으로 도움을 주든, 글로 영향을 미치는 무엇이든 말이다.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의료미용업계에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개척하고 나아가고 있다. 나의 지속성장 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해 또 함께 하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나는 또 새로운 길들을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목표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걸어올 것이다. 그 때 나는 기꺼이 기다려주고, 환대해주며 원하는 그 곳까지 함께 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링거투혼 강의 하는 날 (강사의 숙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