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과 모젤강이 합류하는 독일의 아름다운 소도시
아헨에 있으면서 주변 도시를 좀 다니긴 했는데, 신랑은 학교 때문에 바빠 주로 아헨에만 있었다.
그러다 답답한 맘에 친구와 휘 돌아보고 오자, 해서 떠난 곳이 코블렌츠.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블렌츠는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곳이라 경치가 수려하고, 라인란드팔츠 지역에 리즐링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넓게 펼쳐져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nrw주로 기차를 타고 오면 차창밖 풍경이 그덕에 수려하다고 하던데, 늘 ice를 타고 오다보니 못보고 지나쳤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주로 대도시나 수도를 먼저 가보게 되다보니 이 지역도 잘 모르다 검색을 해서 알게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독일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정도로 좋았던 여행.
왜 한국도 서울만 보고가면 그 맛을 느끼기 힘들지 않나. 부산도 좋고, 제주도도 얼마나 풍광이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고, 남해안 여수나 남해, 통영 이런 곳은 또 어떻고.
경기도 내에도 주말코스로 구리나 춘천 이런쪽만 돌아도 콧구멍에 바람 꽤나 들어가는 것을.
하지만 이런 곳을 외국인이 한국여행 와서 돌아보긴 쉽지 않고, 현지인만 주로 가기 마련.
난 독일의 팔당이나, 가평 혹은 통영 여수 이런 버전을 찾고 싶었다. 관광지로 유명하진 않지만 그 맛이 있고 기분전환 되는 곳.
그리고 그 중 한 곳을 찾은 것 같다.
출발 당일,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이런"싶었지만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 검색때마다 바뀌는 날씨에, 독일은 워낙에 하루에도 기후가 변화무쌍하다보니 딱히 실망도 하지 않고 예정대로 떠났다.
2시간여의 기차여행에서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중간에 쾰른에 내려 커피와 빵도 한조각 하고..하다보니 어느새 코블렌츠.
중앙역에서 우선 지도를 보고 information center 쪽으로 걸어가봤다. 약 900미터 가니 아래와 같은 신식 건물이 나왔는데, 이곳에 뮤지엄, 도서관, 인포센터가 다 있었다. 지은지 얼마 안되 신식에 얼마나 깨끗한지, 또 인포직원은 얼마나 친절하던지.
인포센터만으로도 기분이 급 좋아졌는데, 바로 옆 큰 몰에 스타벅스를 보고 넘 반가워하며 사진을...
이정도 규모에 이정도 인테리어의 스벅, 한국에는 차고 넘치나 도시전역에 스벅 딱하나 있는 아헨에서 온 우린 신명이 나 들어가서 커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요즘 한국에서 인기라는 콜드브류는 역시나 이곳에도 없었지만 ㅠㅠ (인천공항 coffee at works 의 cold brew 맛이 잊혀지지 않아...ㅠㅠ)
그래도 여기서 비 좀 그칠때까지 수다수다 하며 10시 인포오픈 시간까지 대기.
인포에서 지도 받고, 우선 정원이 이쁘다는 schloss로 가보았다.
아담하니 군더더기 없는 작은 궁전인데, 정원에 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요 작은 정원에 의자와 책상이 쫙 깔려있는데, 날 좋을 때 여기서 결혼식이나 가족모임하면 너무너무 좋겠더라.
풀을 무슨 상자처럼 네모지게 잘라놓은 것도 신기했었음...ㅎ
요 궁전 정면에도 나무로 된 긴 탁자가 있는데 중간에 꽃밭 만든 디테일까지..
요기 살면 날 좋을 때 친구랑 도시락 싸서 여 앉아 먹고 수다떨고, 책보고 함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알고보니 2011년인가 여기서 gartenschau 행사를 했었다고. 그래서인지 가든들이나 주변 조경이 넘나 예쁜 것...
내 옆을 자동차마냥 빠르게 지나치는 자전거도 없고, 개끌고 산책 다니기엔 그야말로 딱인 이쁜 도시.
궁전 옆에 이쁜 건물 있어 가보니 여긴 고등법원, 군사관련 기관 등 기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라인강 뷰를 보며 근무하면 얼마나 좋을까 ~ 하며 부럽부럽.
요기서 막다른 길로 가자 친절하신 독일 아주머니가 길을 알려주셨다. 오... 단정하고 포멀한 차림새에 친절하고 우아한 말투..요기 사람들까지 교양있어보인다며 우린 하하호호 신이 남..
이곳에서 본 사람들, 대화해본 사람들 다들 차림새도 깔끔했고 도시도 깨끗한게 전체적으로 부촌느낌이었다. 도시 곳곳이 너무 깨끗하고 정돈도 잘 되어있고...요 기관건물을 지나 라인강변으로 나가니 대망의 festung이 보였다.
강변에 요런 꽃들이 무심한듯 꾸미지 않은듯 심겨져있었는데 진짜 취향저격 끝장...
정말 계획된 듯 꾸며진 프랑스식 정원은 아니지만 이런 무심한 시크함이 꽃밭에서도 느껴질 줄이야..
게다가 향은 또 어떻고. 진심 구질구질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걷는 것 보는 것 모든게 다 힐링.
강변을 걷다 배가고파 들어간 베트남 식당.포가 독일와서 먹은 중 최고였고 고기를 튀겨낸 스프링롤 진짜x100맛났다. 한접시 혼자도 먹을 수 있었을듯.
그리고 대망의 하일라이트. 자일반 타고 페스퉁 가는 길 ~
사진 속 자일반이 보이시는가. 와아 진짜 라인강 위로 타고 가는데 물에 빠질듯. 그런데 나 이런거 너무 좋아하기 땜에 바닥에 유리로 된 부분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체는 말고..부분만..이제 나이 드니까 스릴을 즐기는 것도 좀 감소하는것 같다.
여튼 이 자일반을 타고 올라간 festung 앞 정원은 정말 최고였다. Festung 자체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고 요새밖의 정원과 뷰포인트가 예술.
여기서 정말 1시간 30분은 보냈지 싶다. 예쁘다의 반복.
이 절경은 폰카는 물론 미러리스로도 담아낼 수 없었다. 무조건 가서 직접 보시길 강추드린다. 뷰는 물론이고 길과 정원이 대박이다.
정말 이번에 독일식 무심+시크버전 정원에 완전 꽂혔다.
한국에 있을 때도 시간만 되면 꽃시장 가고, 수목원, 정원은 있는대로 다 쫓아다녔는데 이런식의 거친 듯 섹시한 꽃밭은 처음.
같이 간 친구도 저기 아무렇게 피어있는 꽃 한대 뽑아다 서울가서 팔면 대당 2~3만원 받겠다며..정말 넘 이뿌더라.
요새 안엔 이런저런 뮤지엄이 있었으나 공기가 넘 안좋고 와인 제외 별 관심없는 분야라 deutsches eck을 보러 다시 내려왔다.
근데 급 바람이 불며 깃발이 휘날리고 비가 후두둑, 몇방울 떨어지더니 급기야 미친듯한 소나기가...약 20분가량 퍼붓는다.
이쁜 까페 가서 오손도손 여자여자하게 케익을 먹겠다던 우리의 계획은 날아가고, 대충 보이는 아이스까페로 뛰쳐 들어가니 맛도 없는 크레페 3.5유로란다.하아...실망을 금치못하며 비가그치길 기다린지. .30분?
갑자기 하늘이 맑아진다.
뭐...뭐지?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내 신발과 바지는 다젖어 회색에서 검은색이 되어있는데 뭐야 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하늘은...
하지만 이것도 추억이라며 눈부시게 이쁜 강변을 보며 걷다가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버스를 한번 잘못타 진땀을 뺏으나 기죽지않고 독일인들에게 힘찬 틀린 독일어로 물어봐가며 우린 늦지 않게 중앙역에 도착.
다시 2시간을 기차를 타고 집에 무사히 안착했다.
장장 13시간 가량의 대장정을 무사히 완료하고 샤워 후 침대에 빨려들어가듯 잠든 몸은 노곤한 하루였지만, 넘 힐링됐던 여행지의 모습과 단 한마디도 영어를 쓰지않고 꿋꿋이 독일어로 버텼던 하루였기에 보람차고 행복했다. ㅎㅎ
하루종일 아주 큰 소리로 또렷하게 틀린 독일어를 외치고 다녔지만 나의 독일어도 다 통했단 말이다..! 물론 집에 와서 신랑에게 자랑하자, 여기 저기 고기 저기 다 틀렸다며 고쳐주었지만 난 기죽지 않았다. 고치면 되니까- ㅋㅋ
여러모로 힐링이 제대로 됐던 여행. 여기저기 속속들이 구경하며 독일의 매력을 제대로 탐구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