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achen 아카데미 수업을 들은지도 3주차에 접어들었다. 날짜로 따지면 8일째. 일수 자체는 길지 않지만 그동안 배운게 엄청 많다. 처음 몇일은 기존에 한국에서 배운 내용과 여기저기 주워들은걸로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숙제 해오면 커버되었지만, 이제 슬슬 수업시간 외에도 공부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예를 들어 Obst (과일)를 배우면 아는 과일이름을 대라고 하는데 온 반 사람이 몇개씩 아는 단어를 쏟아내고 그 후부턴 그 단어들을 알지 못하면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다. 선생님이 가져오시는 프린트물과 교재에 나오는 단어만 해도 하루에 50개 가까운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것 같다. 성별과 복수형태까지 함께 외워야 하다보니 이제는 절대적 공부량이 없으면 단계가 더 올라갈수록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자리 대답잘하는 불가리아 친구에게 오전이나 밤엔 뭐하니? 하고 물어보니 '독일어 공부'란다. 예습 복습 철저히 하니 실력이 쑥쑥 올라가는거다. 수업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이제 매일 3~4시간 이상 따로 독일어 공부에 시간을 내기로 결심했다.
우리반 친구들은 레바논,시리아,사우디 아라비아, 스페인, 중국, 터키, 불가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왔고, 나이가 대부분 90년대생이다. 제일 어린 친구는 2000년생. Intensive 코스 중 대학진학 준비반을 선택해서 그런 것 같다. 어제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같이 버스 타고온 레바논 친구는 18살인데 레바논에 대학 2곳을 합격했으나 그곳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아 대학을 독일에서 다니고자 여름마다 아헨에 와서 독어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독일 말은 꽤 하는데 문법이나 작문을 정리하려고 기초반을 등록했단다.
한국에서는 뉴스에서만 보고 듣던 나라 사람들을 이 곳 독일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점이 달라진 점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 참 많이 듣던 말, '글로벌 인재', 그 말이 다양한 언어에 익숙하고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면 이 곳 유럽은 그런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데 최상의 환경인 것 같다. 어제 버스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그 레바논 친구의 영어에서 모국의 악센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영어와 모국어는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언어 1~2가지는 하는 이 곳 사람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누리게 될 삶의 달콤한 과일들이 좋아보이더라. 하다 못해 2개 언어를 하면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 생각할 수 있어 아집에 빠질 가능성이 적고, 언어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도구로 대하니 당연히 재미도 있다. 그리고 여행을 하든 일을 하든언어가 안되는 타인에 비해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고.
내가 지금 이 곳에서 하는 경험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살때 회사,집, 회사, 집 이렇게 생활하던 때는 상상할 수 없는 '다른'종류의 경험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그 새로움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중이다.
요즘 집에 오면 요리해먹고, 공심이와 오해영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 한국에선 안보던 드라마를 이 곳에서 보면서 '맞아, 한국이래...'하면서 그리움에 젖기도 한다. 익숙함과 고향이라는건 그게 좋든 나쁘든 항상 그리움의 대상인 것 같다.
어디에 살든 내가 오늘, 올해, 사는 동안 할 수 있고 하고싶고 해야하는 많은 일들을 내 가치관에 맞게 우선순위 세워서 알차게 살아가야지. 그럼 이제 다시 공부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