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 이사 후기

이사 후 각종 계약 변경/해지 처리로 인한 고생기

by 봄봄

엘레베이터 없는 집에서 나와서, 엘레베이터 없는 집으로 이사가는 건 쉽지 않았다. 도시가 바뀌다보니 부탁할 사람 찾기도 힘들었고, 살인적인 독일 이사짐센터 비용을 생각했을때 업체에 맡기는건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더니 이래저래 챙길것이 많아 머릿속도, 집안도 복잡했던 지난 한달 가량의 시간...


이삿짐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체력은 바닥이 났지만 당장 다음날부터 출근해야했기에 집이 엉망인채로 주말이 지나갔고, 이것저것 집에 문제가 있는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물이 안내려가고, 발코니 나가는 문이 삐걱대고, 화장실 문이 기울어 있고.. 주말에는 토요일은 오후 2시정도까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열고 일요일은 닫는 통에 이런저런 필요한 집기나 물건들을 사오는 시간도 빠듯했고 그래서 주말 이후 우리의 일주일은 또 참 정신이 없었다. 박스때문에 거실을 걸어다닐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

그나마 부엌이 있는 곳으로 이사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밖에...


이미 한번의 이사경험과 부엌 만들기에 데인 이후 생고생을 예상하고 시작한 이사였지만, 그래서 부엌 있는 집으로 골랐지만, 이런저런 잔고장 문제와 인터넷 연결, 이전 계약 해지 등의 행정처리가 오래 걸리는 독일이라 이또한 힘들었다.


#.행정처리 충격&고생 1 - 인터넷 설치


2주가 흐른 지금, 우리집은 아직도 인터넷 설치가 안되어있다. 이렇게 느릴 것을 예상하고 이사 한달전 미리 방문약속을 잡았지만, 우리가 이사온 건물의 건물관리인이 이 건물에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 회사의 회선을 설치할 수 없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방문약속이 취소되었고, 그 취소가 진행되는 동안 건물관리인과 인터넷회사 둘만 의사소통을 하는 바람에 우린 취소된지도 모르고 있다가 3~4번의 전화통화 시도 끝에 취소되었다는 사실만 겨우 알게 되었다. 한번의 통화연결에 얼마나 오랜 대기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20~30분 기다리는건 일도 아니니..

고객과의 약속인데 일방적으로 건물관계자와 얘기후 취소하고 당사자에게 알려주지도 않는 고객서비스 수준에 놀랐고, 이후 건물관리인에게 그럼 우리가 이 건물의 방침에 따라 기존 회선을 사용할 수 없어 특별해지처리를 요청해야하니 관련 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하자 우리는 세입자이기에 발급 불가하고 집주인이 요청하면 발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여름을 맞이하여 1달간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간 상태였고...이윽고 돌아온 집주인에서 부탁해 받은 증명서를 인터넷회사에 제출한지도 며칠이 지났으나 여전히 답은 없다.


이게 참 한국에서의 속도와 서비스 수준 생각하면 분통 터질 일이나, 너무 많이 당해서 이젠 고객서비스에 대해서는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참 충격도를 갱신하는 독일의 대고객 서비스다.



#.행정처리 충격&고생 2 - 피트니스 해지


이사하기로 마음먹고 옛날 집주인에게 집을 내놓겠다고 한 후, 나는 바로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이사를 가는데 해지가 가능하냐 물었다. 당연히 가능하나, 전입신고 후 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준다고 했다. 이메일로도 가능하다며 친절한 안내를 해주니, 응? 웬일이지? 하며 이사 후 바로 전입신고를 진행했다.

그리고 보낸 해지요청서류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이메일을 통해 며칠 후에 도착했다.


'당신의 계약을 12월 5일자로 해지해드립니다. 앞날에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처음에는 아 해지가 잘됐구나? 오 독일이 웬일이야?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날짜가...3개월 후인 것.

지금이 9월 5일인데 이거 뭐지...?


전화해서 물어보니 3개월 전에 계약해지를 하는 것이 원칙이니 해지요청 시점으로부터 3개월 동안은 계속 돈을 내야한단다.이게 무슨...? ㅇ소리지?

분명 난 3개월 전에 미리 이사가서 해지해야한다고 말을 했고, 그들은 나에게 전입신고 후에 해지신청이 가능하다고 했고,전입신고란 이사를 가고 나서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독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이사를 간 후 3개월 동안 갈수도 없는 피트니스 스튜디오에 돈을 계속 내고 그걸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너무나 분통이 터졌지만 니가 싸인한 계약서 보라며 보험이나 카드 약관처럼 작은 글씨로 빽빽한 계약서 뒷면 조항을 보여주는데 진심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아... 소비자 보호원이 어디죠? 이건 괘씸해서 고발을 해야겠어요...


사실 3개월 동안 나가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다. 뭐 재수없네, 하고 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웃는 얼굴로 해지 가능해요~ 해놓고 이사가고 나서 해지신청하고 3개월은 돈을 받아먹겠다는 심보가 너무 괘씸한 것이다. 이 조항은 고객을 우롱하는 것이 분명해 독일 친구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는데,(얘들아 미안...들어줘서 고마워...) 그 애들도 독일에 이런 계약서들이 고객을 veraschern하는거라며 계약서를 항상 잘 읽어봐야한다고...힘내라고 해줬다.


그래, 내가 잠시 잊고 있었어. 계약서는 언제나 매우 중요한 것인데..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매번 새로운 뭔가를 할때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자세히 읽고 검토하고 해야겠다.

내가 독일어에 서툴고 여긴 외국이라는 생각에 잠시 방심했던 것 같다. 다시 한국에서 했듯이 조목조목 따지고 다 읽어보고 완벽 대비&무장을 한 후 그들을 상대해야지..

이번일은 내가 겪을 피로도를 생각해 심각하게 대응하진 않을 생각이지만, 앞으로 이런일이 없도록 주의하려 한다. 독일은 법률 보험도 잘 되어있다는데, 이 참에 책임보험,건강보험, 집보험 말고도 변호사 관련 보험을 좀 알아볼까 생각중...




배우고 대비하고 꼼꼼하게 챙기자-

는 것이 이번 이사에서 겪은 일들을 통한 교훈.

이거 말고도 많지만 일단 행정처리 고난기는 이 정도로... 이사 후기 2탄도 조만간 쓰려고 합니다.

다음탄에는 좋은 얘기로 찾아뵐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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