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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üsseldorf Kunstpalast

뒤셀도르프 미술관 나들이

by 봄봄

뒤셀도르프에 오기 전까지는 뒤셀도르프라는 도시가 있는 것도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알고보니 독일 내 물가 비싼 7대 도시 중 하나고, NRW주의 주도이며, 패션과 컨설팅의 중심지이자,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비디오아트로 잘 알려진 고 백남준의 주요 활동지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이런 저런 특색과 매력이 있는 도시-

이름조차 몰랐던 이 도시에 의 주민이 된 후로 매력탐방을 위해 뒤셀의 명소를 하나씩 찾아가보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 미술관 탐방이다.


집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많이 지나쳤지만 가보진 못했던 Kunstpalast가 있다.

라인강변 근처라 미술관 나들이겸 라인강변 산책을 묶어서하기 좋은 곳인데, 매번 지나치던 그 곳에서 Sonderausstellung을 2개나 한다고 해서 주말을 맞아 방문해 보았다.

IMG_20180930_174937.jpg Kunstpalast 전경.

Kunstpalast는 서로 마주보는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물 사이에 작은 연못과 함께 시민들이 앉아 쉴수 있는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볕이 좋았던 이날 의자에 늘어져 음악들으며 자고 있는 청년을 보니 나도 가서 좀 눕고 싶더라...ㅎㅎ

IMG_20180930_151748.jpg 미술관 안 까페

미술관 안에 이렇게 전시실로 둘러쌓인 넓은 공간의 까페가 있는데,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서 둘러보다 다리 아프면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더라.


이번 특별 전시는 Walter Ophey의 Farbe bekennen!, 그리고 1950~1970년 디자인이 뛰어난 스포츠카 전시인 PS: Ich liebe Dich. Sportwagen-Design der 1950er bis 1970er Jahre 이렇게 2개였다.

원래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자동차 박물관도 많은 독일이라 스포츠카 전시는 크게 기대를 안하기도 했고, 실제 관람 후 기억에 남는 건 Walter Ophey의 작품들이었다. 뒤셀도르프 Kunstakademie 출신인 그의 작품을 모아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렇게 자교 출신의 예술가 작품을 모아 기획전시하는 것이 현재 공부하는 미술학도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기도 하고, 독일인 예술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 참 좋아보였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미술가들 전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목대로 다양한 색들의 향연이었던 Walter Ophey의 작품들은 색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이태리여행을 가서 아말피 해변에서 머무르며 그렸다는 작품들의 색들이 너무 따뜻해서 집에 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내년 휴가땐 아말피에 나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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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80930_152855.jpg Monschau
IMG_20180930_153352.jpg 첫 이태리 여행에서의 작품들
IMG_20180930_155437.jpg 가을을 표현한 작품. 붉고 노란 단풍이 타오르는듯...
IMG_20180930_155652.jpg Paris and apples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며 NRW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을 보며 내가 가봤던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는 재미가 있었다. 1800년대에 태어난 그가 2018년을 사는 나와 동일한 장소에 가서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한 그림을 보는 것은 신선하고 경이로웠다.

나보다 불과 약 100년 전에 태어나 47세의 나이로 아깝게 세상을 떠난 그의 연대기와,각 시기별 작품을 보니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왠지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재능이 있는데 47년밖에 살지 못하다니 참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사람 인생 얼마나 살지 알수 없다는 것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고...


제1차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의 그의 그림은 많이 달랐다. 그 전에 그린 그림들이 파스텔톤이었다면 전쟁 후의 그림들은 어둡고 진했다. 풍경을 주로 그리던 그가 전후로는 사물이나 기계를 많이 그렸다.

그의 작품을 모아 연대기별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해하기 쉽게 도식화 하는 것은 큐레이터 등의 미술 전문가들일 것이다.

죽음 후에 그의 삶을 반추하며 connecting the dots 할수는 있지만, 막상 현재진행형이었던 그의 삶은 항상 온갖 일들과 감정의 소용돌이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병이 들어 병원을 전전하던 시절 그가 그린 병원안에서의 환자 그림들을 보면, 예전에 내가 병원에 잠시 있을때 한없이 무기력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후에는 이랬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 의미지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작 지금 살아있는 우리네 삶은 항상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죽은 후에 거의 잊혀질 뻔했던 몇백점의 그의 작품들을 모아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이렇게 전시하는 일이 너무나 의미있게 느껴지면서 내가 그의 유가족이었다면 참 고마웠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그의 직업이었지만, 그 그림 속에 녹아있는 건 그의 삶이었으니-

기획 전시라는게 참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이런 전시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미술의 도시에 살고 있음이 행복했던 시간...





기획전시들 이외에도 상설전시인 Sammlung도 있었는데, 다양한 시기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건 실제같던 정물화와 일본 전시다.



IMG_20180930_162029.jpg 그림이 아니라 사진같던..
IMG_20180930_162233.jpg 물고기 뱃속에 갇힌 요나
IMG_20180930_163236.jpg 일본 조각들



독일의 어느 미술관에 일본 작품이 전시되어있는 점이 특이했는데, 뒤셀도르프에 일본인이 많이 살아 그들이 주로 모여사는 거주지역에 일본식당거리까지 있는걸 감안하면 놀랄 일은 아닌 듯 하다.

일본회사가 뒤셀도르프에 많아 주로 주재원들이 와서 살다보니 뒤셀 제일의 부촌이 일본인 주 거주지역이기도 하고...


여튼 일본 조각들이 전시되어있는 작은 방이 있었는데, 그 작은 크기에 미세하게 조각해놓은 표정들이 너무 다양하고 익살스러워서 놀랐다. 이렇게 작은 돌덩이에 이렇게 세밀한 표현을 해내다니 너무 재밌어서 그 작은 전시실 안에서 얼마나 웃었던지...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재미와 신선함을 만나는게 미술관 관람의 묘미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어릴때부터 역사를 배우며 생긴 일본에 대한 미묘한 반감때문인지 몰라도, 딱히 일본 미술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지금까지 내 기억으로는 한국에서 미술전시를 보러갈 때 일본 작가의 작품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인 건축가의 작품은 꽤 많이 봤는데, 미술은 거의 전무했다는 느낌...


그래서 이 곳에서 본 일본 옛날 그림들과 조각들이 나에게는 거의 처음으로 일본 미술을 접한 기회여서 새로웠다. 한번쯤은 볼만한 그만의 색이 있는 듯 하다.





뒤셀도르프 시내를 그린 아래와 같은 작품도 있었다.

이 길은 내가 저 그림 속에 나오는 전차를 타고 매일 출근하며 지나는 길이기도 하고, 저 오리들은 매번 길가로 나와 뒤뚱거리기에 몇십년 전 그림인데 바로 오늘 같아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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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80930_164402.jpg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IMG_20180930_170015.jpg 유리로 만든 작품 1
IMG_20180930_170248.jpg 유리로 만든 작품 2



Sammlung을 지나 두번째 특별 전시인 스포츠카 전시실로 갔다.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터라 시간을 길게 할애하진 않았는데, 1950~70년대 차 디자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곡선미가 있어서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술관이다 보니 시승을 해볼 수 없었던 건 아쉽지만 정말 눈으로만 봐도 너무 예뻤다.

특히 아래의 하얀차는 완전 내스타일 ♥


IMG_20180930_172328.jpg 왤케 이쁜건데...
IMG_20180930_172458.jpg 차 핸들하며 백미러 디자인봐라..너무 귀여워서 여자들 취향저격-
IMG_20180930_172510.jpg 뒷태도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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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80930_174246.jpg 앞에 엔진쪽이 이렇게 크다니...괜히 스포츠카는 아닌듯-


스포츠카 전시에는 예상대로 남자들이 많았는데, 대포카메라를 들고 차 하나하나를 찍는 독일 할아버지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전시는 굳이 돈내고 요거만 보러 들어가기보단 다른 전시가 있었으니 함께 보는 느낌으로 보게되었던,,독일이 워낙 차로 유명하기도 하고 우리동네 주차된 차들만 봐도 좋은 차가 즐비하기 땜시...

도로에도 올드 타이머들이 많아 항상 눈이 즐거운 곳이라 전시 테마가 약간 의아하긴 했었는데, 이쁜 차 몇대가 내눈을 사로잡았었다.

차도 예쁠 수 있구나.


전시는 풍성했고 14유로라는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구성이 좋았다. 학생들은 11유로로 할인이 가능하니 학생증 꼭 챙겨가시길.


이렇게 하나씩 뒤셀도르프를 entdecken하는 과정이 즐겁다. 다음 탐험때 보게될 뒤셀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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