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듯 다른 연말 풍경
오늘은 크리스마스.
내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도 메리크리스마스 되셨길~^^
한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따뜻한 남쪽으로 가겠다는 생각 하나로 니스에 다녀오고,
얼마 후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다른 도시로의 이동시간도 길었던 12월이었다.
회사 동료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마켓에, 호프집에서 술 한잔에 마치 한국 송년회 시즌같이 바쁘게 보냈던 크리스마스 직전 주.
거의 1주일 내내 밖에서 약속이 있었다. 나중엔 아 이젠 좀 쉬고싶다고 할 정도로..
덕분에 안마시던 술도 꽤 마셔서 좀 헤롱대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았던 것 같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추석같은 느낌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뭐해?
라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가족들과 밥이나 먹고 집에서 쉰다는 나의 간단한 대답과 달리, 그들의 대답은 22일엔, 23일엔, 24일 점심엔, 24일 저녁엔, 크리스마스 당일엔...까지로 매우 길고 구체적이었다.
내 싱거운 대답에 잠시 갑분싸가 될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뭘 할 것인가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뭘 살것인가가 그들에겐 몇시간이고 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주제였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크리스마스 트리는 샀는지, 어떤 크기를 살건지,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은 무얼했는지 등등으로 12월 한달 내내 이야기꽃이 피었으니...
그러다보면 각자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까지 더해서 매일의 점심시간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의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한국과는 확실히 많이 다른것 같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듯 하다.
집집마다 11월부터 벌써 창가에 전구로 장식을 하고, 낮에는 참 심심했던 거리가 밤이 되면 각각의 집을 꾸민 불빛덕에 오히려 생기있게 살아나서 밤이면 나도 발코니에 나가서 이집 저집 구경을 하곤 했다.
그런 재미도 쏠쏠했고, 전구장식이 가득한 창문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집안의 풍경은 참 따스해보였다.
일명 거룩한 밤, Heiligabend,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오랫동안 정성스레 준비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가족 모두 둘러앉아 거한 저녁식사를 한다.
어젯밤 동네 집들을 보니 다들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는 듯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창문 안으로 들여다 보였다.
이런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다가도, 우리나라 추석급이라 치면 딱 이해가 된다. 전, 갈비찜, 잡채 등등이 없는 추석은 쉬이 상상이 되지 않으니,,,그들에게도 성탄절은 하나의 고유한 문화인 듯 하다.
이런 크리스마스 문화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 둔 주말에 직장동료는 물론 친구들과도 포옹을 하며 행복한 성탄절 보내라는 인사를 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선물이나 카드도 우린 참 오랫동안 안 사고 안 쓰던 것들 아닌지.
선물의 가격이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음들이 예쁘다.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글뤼바인으로 몸을 녹이며 좋은 사람들과 정겨운 대화를 하고, 퇴근길에 길에서 나는 달콤한 음식 냄새에, 예쁘게 장식된 가게들, 거리들,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세일에 북적대는 사람들과...
행복한 얼굴로 걸어다니는 사람들...
이 모든게 11월~12월 두달 가까이 이어지다보니 살가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독일이 어느새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단풍이 흐드러지는 가을보다 오히려 독일에선 겨울이 나에겐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일 정도로- 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는 그들의 환대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 기분이 전해져 나도 두어달간 참 행복했다.
오늘도 문을 연 요가 코스에 다녀오는 길에는, 낮 12시인데도 길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철저하게 쉬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이 시즌.
우리회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번주엔 거의 모든 직원이 휴가를 내고 쉰다. 나와서 일하는 게 오히려 신기한 상황.
독일에서 3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인데도 이 분위기를 즐기고 제대로 알아간 건 이번해가 처음인 것 같다.
일을 하고, 좀더 활기찬 도시로 이사오니 여러가지로 내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생기는 것 같다.
2019년의 특별한 계획을 글로 구구절절 쓰지는 않았지만,
내년엔 좀더 이 사회를 즐기고 그 안에 녹아들어보려고 한다.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독일생활을 하는 것보다,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내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독일이 아닌 그 어떤 나라에 살더라도, 이런 태도가 삶을 더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올해의 경험으로 체득했기에.
창밖은 2~3도지만,
창문 안의 따스한 집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나의 집과 휴일이 감사하다.
다들 행복한 성탄, 연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