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살면서 안 좋은 점

by 봄봄

그동안 독일의 장점을 더 많이 쓴것 같아서, 솔직하게 독일 살면서 안좋은 점도 좀 써보려 한다.


1. 서비스의 사막

흔히 한국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살기 편한 나라'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독일은 돈을 내고도 서비스를 못받는 곳이다. 제일 흔한 예로 레스토랑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응대로 매번 갈때마다 힐링되고 때로는 지친 일상에 위로를 받는 곳이 식당이라면, 독일은 맛도 없고 비싼 음식을 오~래 기다려서 먹어야 하며 담당서버와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든 곳이다. 심지어 다 먹고 돈 낼 때도 테이블에서 10분 ~20분 기다렸다 돈 내고 나간 적도 있다. 그런데도 팁을 줘야하다니....통상 10%정도 팁을 주는데 참...주기가 아까움-

한번은 계산하겠다고 하고 카드로 하겠다고 해서 카드단말기를 가져왔는데 앗, 주머니를 보니 카드가 없는거다. 서버가 왔을때 미안한데 카드 안가져왔네, 현금 결제할게-라고 했을 때 그 서버의 경멸에 가까운 눈초리는 2년이 넘게 지났는데 잊혀지지가 않는다.

인터넷, 카드, 은행계좌 등을 신청했을때 1달에서 여러달 걸리는 것은 예사고, 불만 발생시 서비스 센터 연결도 쉽지 않다.

일단 빵집이든 슈퍼마켓이든 어딜 가든 잘 웃질 않는다. 한국식 친절 서비스는 기대도 안하지만, 슈퍼에서 계산할 때 5유로 17센트 나왔는데 공병반납금이 5유로라 현금이 없으니 17센트를 카드로 계산하고 싶다고 했을때 한숨을 푹~쉬며 '아 정말 일하기 싫다~'했던 마트 직원 등...

한국인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한번씩 발생한다.


2. 오~~~~~래 걸린다. 모든 것이 오래 걸림.그래서 Termin이 목숨같은 나라.

이건 지난 포스팅에서도 숱하게 말했지만 여긴 Termin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곳이다. 즉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는 소리.

병원이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는 공보험과 사보험이 분리되어있고 대부분 월급이 엄~청 높지 않으면 공보험을 가입하기 때문에 공보험 기준으로 말하겠다.(사보험은 매달 내는 보험료도 매우 비싸고,나중에 공보험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까다로워서 신중한 가입이 요구된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고싶다, 그럼 전화나 인터넷에서 약속을 잡는다. 인터넷을 보면 내가 예약가능한 날짜가 나오는데, 보통 1달 뒤다. 내가 아플 걸 미리 알수도 없는데 1달 뒤라니... 신랑 병원 약속 잡으려고 유명하다는 병원을 알아봤는데 작년 12월 기준 제일 빠른 예약이 2019.4월이었다.

또 한 예로 내가 한국에서 검사를 하나 받았는데 뭐가 안좋다고 독일가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 해서 사정을 말하고 빨리 약속을 잡을 수 없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천천히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함...한국인 정서상 의사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혹시 심각한 질병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빨리 정밀검사 받아보세요.' 하면 무섭지 않은가?

하지만 독일에서 그 정밀 검사를 받는데까지 내가 기다린 시간은 2개월이었다. 결과적으로 별일 없었다만 이 일로 아무 죄없는 신랑에게 독일 욕을 얼마나 했던지...

최근엔 Auslaenderamt에 Termin 잡으려고 메일 보냈더니 담당자의 자동답변 메일 : 2.15~4.17 까지 자리에 없으니 급하면 다른 담당자에게 연락하시오. -였다....

그외에도 숱하지만 느낌을 아실 것 같으니 이 정도로 쓰겠다.


3. 병원의 사보험 환자 우선- 독일에서 유일하게 자본주의의 논리가 적용되는 분야

앞의 테마와 연결되는데, 병원 대기실에서 약속 잡은날, 약속시간에 정확히 맞춰갔음에도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나보다 늦게 온 누군가가 다른방에서 나와 먼저 의사를 보는 현상...

알고보니 병원 내 대기실은 두 군데였다. 사보험환자 대기방, 공보험 환자 대기방.

일단 대기실이 분리되어있음은 물론, 인터넷으로 Termin을 잡을때 공/사보험 중 가입된 보험을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이 때 사보험을 선택하면 나에겐 3개월동안 꽉차서 선택할 수 없던 날짜들이 available한 상태로 뜬다.

사보험이었으면 당장 내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공보험 환자는 병원 입장에서 돈도 많이 안되고, 처리해야할 서류도 많기 때문에 일부 병원은 아예 사보험환자만 받는다. 그게 일도 적고 환자당 의료비를 많이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일요일엔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슈퍼마켓, 백화점, 쇼핑가능한 작은 가게들 등 모든 가게가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 문 여는 곳은 레스토랑 정도.

일요일엔 물도 살 수 없으니 토요일 저녁 5~9시 사이는 전쟁처럼 슈퍼마켓이 북적인다. 미처 장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달려나와 물이라도 사는 시간.

이 시간을 놓치면 일요일 근처 Kiosk에서 물한병에 2유로 가까운 돈을 줘야하고, 장볼 수 있는데가 없어 외식을 해야한다.

회사원들은 주중 저녁이나 토요일에 그래서 미리 장을 봐 놓는데, 주말에 한번 이마트 가서 장을 몰아보거나 일요일에 엄마가 두부한모 사와라~하면 단지내 마트에 슬리퍼 끌고 훌렁훌렁 걸어가서 사오던 나로서는 이 '계획세워서 장보기', '조금씩 자주 장보기'가 참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5. 번호키 없어요. 열쇠로 문을 여는 문화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열쇠를 준다. 집 열쇠, 지하실 열쇠, 내 우편함 열쇠, 방열쇠 등의 꾸러미인데, 집에 사는 사람 인원수대로 주고 이사 나갈땐 모두 반납해야 한다. 만약 분실하면 복사해서 주인에게 주고 나가야 하는데, 복사비가 꽤 비싸다고 들었다.

대략 300유로 정도 한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열쇠를 안들고 나갔다가 주말이나 밤에 열쇠수리공을 부르면 어마어마한 금액을 물어야 한다기에 겁이나서 한번 열쇠 안들고 나갔을 때 신랑이 집에 올때까지 친구집에 죽치고 있던 적도 있다. 독일의 여러 아날로그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

그래서인가, 독일에는 열쇠보험도 존재한다.


5. 음식

내가 두어번 포스팅을 한 주제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독일 음식은 개인적으로 영국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

정말 잘~많이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짜고 많은 고기를 자주 외식하다 난 1년안에 두자릿수의 몸무게 증가를 경험했다.

맛과 영양가에서 한식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집밥을 해먹으려 항상 생각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6. 세금

독일은 학생에게는 천국이나 직장인에게는 인정사정 없는 세금을 부과한다.

여기서 연봉협상을 할때는 절대 Brutto를 보고 한국기준의 실수령액을 예상해선 안된다. 본인의 정확한 Netto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Brutto금액으로 협상해야 한다.

40% 소득세라는 말을 들었을 땐, 에이 설마...

했는데 내 월급명세를 뜯어보니 앗 정말이구나...하고 있는 요즘이다. 게다가 서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달 동독 발전기금도 내야함. (원천징수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음.)

Steuerklasse가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일반 싱글인 Klasse 1은 참 많은 세금을 낸다.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으면 공제액이 늘어 세금이 줄어든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세금혜택뿐 아니라 Kindergeld, Elterngeld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고 들었다. 이건 다음에 좋은 점 포스팅때...)

학생때 많이 누렸으니 사회초년생은 많이 내라, 라는 주의 같기도 하고...


7. 저녁이 있는 삶, 그런데 역설적으로 저녁이 없는 삶

최근에 일찍 퇴근해 집에서 저녁을 해먹고 발코니에 나가 가만히 달을 보고 있는데 문득 든 생각,

심심하다-

신랑도 늦게 퇴근하고, 그럼 시내 나가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생각해보니, 선택지가 거의 없는거다.

일단 독일 친구가 거의 없고(있어도 아헨에...) 있어도 여긴 술집, 밥집 말고는 6시 이후 문여는 곳이 잘 없어 밖에서 만나도 딱히 갈데가 없다.

까페는 6시에 닫고, (도대체 언제 커피마시며 노닥거리라는거냐! 평일 근무시간에만 열면...)

서점을 가려니 서점은 8시에 닫아서 이미 시간이 애매하고,

박물관도 이미 6시에 닫았고, 공원은 겨울이라 어두컴컴....

가로수길, 강남역, 삼청동 등 밤 늦어도 항상 뭔가 놀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있는 거리가 이곳엔 없다. 다 early bird가 되야해... 그런 나이트 라이프가 거세된 이 곳에서의 삶이 때때로 되게 재미없다.

답답하면 나가 글도 쓰고 책도 볼 이쁜 까페나, 밤 10시까지 하는 교보문고가 이곳엔 없다...

그래서 저녁에 시간이 많은데 막상 집밖으로 나갈 순 없는 아이러니-

이런 나에게 신랑은 '집에서 커피마셔, 집에서 책봐!'라고 해서 날 할말 없게 하는 어떤 날 저녁.


적어보니 더 생각이 안나는 걸 보면 다른건 다 좋은 점인가?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건 저 정도고, 좋은점도 많긴 하다. 어디나 장단이 있으니까.

다음엔 좋은 점을 포스팅 해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화분 기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