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퇴근해서 맛난 저녁 오븐요리 해먹고, 세탁소 들러 곱게 다려진 셔츠 찾아다두고, 앉아서 맥주 한잔하며 음악 듣다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맘이 편해서 그런가.
문득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런저런 기억이 나더라.
인생의 어느 시절 듣던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난다.
오늘도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를 듣다보니 예전 대학새내기 무렵 무지 잘생겨서 수업 들을때마다 몰래 쳐다보던 남학생이 생각났다.
이제 이름도 잘 생각이 안나는데 얼굴은 또렷이 생각난다.
그 친구랑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수업마다 그땐 커뮤니티가 있어서 모두 가입해서 수업자료 내려받고, 레포트 올리고 했기 때문에 거기서 개인 미니홈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때 그 친구 미니홈피 배경음악이 테이의 사랑은...그 노래였는데.
순간적으로 난 기억에 소름... ㅋ
진짜 고릿적 기억인데 그 친구를 시작으로 옛날 동아리 하던때 동아리 선후배 동기들이랑 대학로 누비며 술마시고 밤새 놀던 기억, 공모전 한다고 밤새며 자료찾던 기억, (결국 최종에서 고배를... ㅠㅠ) 학교가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데도 미련하게 주5파에 9시수업 매일 넣었다가 나중에 주 3파,주2파로 바꿨던 기억...
대학가면 논스톱 조인성같은 선배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백일섭과 똑 닮았던 동기, 친구들과 은행골 금잔디에서 점심먹으면서 수다떨고 까르르거렸던 기억...
동방에서 밤새 수다떨고... 로보트처럼 발표하던 수많은 발표수업들과 조모임, 경영학이다 보니 남초현상이 심해 전공수업 듣다보면 알게된 많은 좋은 오빠들, 조언들, 시덥잖은 농담, 족보라며 시험 30분 전 건네주던 자료로 A+받았던 것도 기억나고,
새내기때 민들레 영토 자주갔던 것, 연극, 뮤지컬 학생이라 할인되서 많이 보러다녔고, 당시 젤 럭셔리한 점심이었던 TGIF에서의 립, 친구랑 아웃백 런치, 학교서 수업듣다 너무 배가 아파서 아빠가 차로 픽업 왔던 날 삼청동을 지나며 차밖으로 보였던 유난히 파란 하늘, 발표수업 처음 하던 날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정장차림에 어색하면서 어른이 된 듯 설렜던 기분.
졸업식날 학사모 쓰고 웃던 기억, 우리학교 축제에서 목터지게 노래 따라부르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주전부리하면서 놀던 날들...
맑은 하늘과 젊음만으로 매일이 설레던 캠퍼스 생활이 음악듣는 내내 스르륵 흘러가면서
아... 나의 20대 초반, 참 예뻤구나. 참 빛났구나. 너무 소중했구나 싶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아련하고 예쁘다. 추억할 수 있는 보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참 좋은 오늘 밤.
그때 내가 그렇게 반짝 거리는지 몰랐듯,
지금 나의 30대를 돌아볼 무렵엔 나 참 그때 빛났구나... 싶을까?
일상이 지겹다 재미없다 할때도 많지만 이런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절대 헛되이 보내면 안되겠다는 다짐이 든다.
정말 아, 이런일도 있었지... 싶으며 가슴한켠이 쿵-하기도 하고, 그 많은 기억 속에 늘 내 옆에 있던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봄바람같은 설렘과 사진처럼 가슴에 콕 박힌 어떤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30대가 되고, 일상에 젖어 살면서 어느새 잊고 바래져갔지만,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
건강하게 또 살수 있는 이 시간이,
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얼마나 감사한지.
내 20대는 참 바빴고, 정신없었지만,
그 안에서 하고픈 것 원없이 해봤고, 도전하고 깨지고 실패해봤기에 후회는 없다.
그래서 지금 흘려보내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을 멋지게 살자. 그때의 내 열심과 바보같은 짓들까지 모든게, 지금은 너무 소중한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으니까.
삶이란 선물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너무 센치해진 밤 기록해보는 나의 푸른 봄,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