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by 봄봄

오늘 아침 첫눈이 내렸다.


오늘도 분주하게 아침과 점심을 준비하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크게 미소지었다.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건 참 오랜만이었다.


아직 자고있는 신랑을 가벼운 입맞춤으로 깨우며

눈 와-

하곤 커튼을 열었다.

정말?

응-

와 첫눈이네 ^^

하며 웃는 그를 보며 문득, '아-나 참 행복하다', 생각했다.

이런 소소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말 한마디로 날 기분좋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삶인가.


그런 감사함을 참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지난 겨울은 나에게 너무 잔인했고,

많이 힘들었고, 아팠다.


주말이면 그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문 밖 회색 하늘을 바라보곤 했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고,

발딛고 있는 이 땅이 싫었고...

무료함을 잊어보려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도 하고,

또 지쳐 다시 반복적인 일상을 살다가,

그러다 많이 아팠다.


그저 쉬고,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자고, 떠들고, 웃고 울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몸이 회복되니 스물스물 올라오는 봄기운이 보였다. 가끔이지만 비치는 햇살이 보였다.

신랑과 외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고,

거리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그리고 오늘,

첫눈 얘기를 하며 신랑과 웃고,

또다시 내일 점심을 준비하며 후라이팬에서 타닥-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호박전 소리에,

물을 따르며 들리는 짤랑-소리에,

그런 일상의 소리가 귀에 들어오면서 평범한 이 삶이 감사해지니,

이제 나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첫 눈과 동시에 때 이르게 피어나는 꽃나무까지 본 오늘-

너희들도 나처럼 맘이 많이 급했구나-

급히 피어준 너희들 덕에 봄을 조금 더 일찍부터 느낄 수 있어서 성급한 너희들에게도 고맙다.


곧 다가올 봄에는 꽃과 가벼운 공기를 맘껏 즐겨야지.

자유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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