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신을 확인하고 어느새 시간이 유수같이 흘러 이제 예정일이 몇달 남지 았았다.
와중에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과 드디어 구한 헤바메 스토리를 가볍게 풀어볼까 한다.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이 확인되면 병원에 전화를 한다. 그럼 병원에서 한 7-8주쯤에 오라고 한다. 그 사이 유산도 많고, 더 일찍 가도 아기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임신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변화없이 좀 답답한 마음으로 Termin을 기다리다가, 첫 termin에서 초음파를 보고, 9주 즈음 Mutterpass를 준다.
그럼 그때부터 매 4주마다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 소변 검사를 하고, 처음에 임신 확인됐을 때는 성병, 혈액형, 간염 등등의 항원항체 검사같은 전반적인 피검사를 하는데 확인해주는 항목은 한국의 산전검사 항목보다 훨씬 적다. 대신 추가비용은 발생하지 않고 모두 공보험으로 커버됨. 만약 추가 검사를 원할 경우에는 당연히 추가비용을 부담하고 검사 가능하고, 의사가 Risk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보험으로 비용처리가 된다.
첫 1분기 스크리닝때 목둘레 투명대 검사(필요시 자기부담으로 니프티 같은 기형아검사도 진행가능) 등을 하고, 2분기 때 임당검사를 한다. 보험 커버 되는 초음파 횟수는 총 3회이며, 의사 판단하에 필요시 몇번 더 할 수도 있다. (의사 권유시 역시 보험으로 비용커버됨)
매 4주 병원 방문시마다 다음달 Termin을 주는데, 약속한 시간에 가도 코로나 때문인지 요즘 임신을 많이 해서인지 항상 1시간 이상을 대기하고 의사 면담이 가능했다. 한번은 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선풍기도 창문도 없었음) 2시간 30분을 마스크 쓰고 대기하다가 졸도하는 줄...다시 한국 역이민 욕구가 강하게 들었던 날.(이 날 나의 불평불만 독일욕에 신랑이 제대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열받는 걸 어떻게 해-)
즉 병원가는게 내내 굉장히 스트레스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코로나가 계속 더 심해지면서, 락다운까지 가자 내가 다니는 Praxis는 아예 신랑들의 출입을 금했다. 그 전에도 마땅한 대기실이 없어서 신랑들이 병원 문 밖 복도나 병원 건물 앞을 1~2시간 가량 배회하다가 의사 진료가 시작되면 쏜살같이 뛰어들어와 잠깐 같이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이것도 짜증났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예 임산부 본인만 병원 출입이 가능.
덕분에 아이 성별도, 자세한 초음파를 보며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죄다, 그것도 독일어로 혼자 해야하다보니, 남편이 가뜩이나 본인이 임신한게 아니라서 아이에 대한 애착이나 이해가 부족한데, 임신과정을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2021년 1월인 지금도 여전히 락다운이니, 출산 때까지 대부분의 과정은 역시나 혼자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비포 코로나 때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진 건 알지만, 첫 임신과정을, 외국에서 모든 걸 혼자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커 컨디션 안좋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또 이 부분도 많이 내려놔서(도대체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하는가...) 좀 익숙해지고 있던 차에, 나를 고민하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독일식 산파, 헤바메를 구하는 일.
도시일수록 헤바메 숫자가 모자라 구하기가 어렵다는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막상 해보니 이게 참...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헤바메 리스트를 구해서 일일이 메일이나 전화연락을 돌리고, 한 60~70통 보내면 줄줄이 거절메일만 받고... 헤바메가 해주는 일은 헤바메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보통 임신기간 중의 Betreuung, Geburtvorbereitungskurs, 출산 후 가정방문하며 육아, 수유, 아이 안는 법 등을 가르쳐주는 Wochenbett, 이후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한 Rückbildugnskurs, 본인이 Betreuung하는 Frauen들을 모아 서로 정보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거나, 출산 전 준비물 리스트 공유, 질문 있을 땐 언제든 연락해 물어볼 수 있는 Berater 역할 등이다.
즉 없는 것보다야 당연히 있는게 특히 첫 출산일 경우 큰 도움이 되고, 이 모든 비용이(일부는 아닐수도 있으나 필수 항목들은 거의 다) 공보험 커버가 가능하기에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Hebamme를 찾는다.
그런데 공보험 커버가 되면 뭐하나...찾으려면 대기업 취직보다 답변 받기가 어려운데...
가뜩이나 회사일도 바쁘고 몸도 무거운데 이 헤바메 구한다고 이메일 쓰고, 알아보고 해야하는 전 과정이 달갑지 않았고 솔직히 이렇게 매칭이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놓고 무슨 지원이라고 하는지, 한국의 산후도우미 이모님들을 구하는 시스템 및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이 너무 부러웠다...이거 때문에 한국출산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
여튼 이렇게 나를 힘들게해서 이제 그냥 또 내려놓고 있던 와중에, 한 헤바메에게 연락이 왔고, 일사천리로 약속을 잡아 오늘 드디어 Behandlungsvertrag에 싸인까지 마쳤다. 여러 헤바메를 비교해보고 결정하겠다는 계획은 그냥 희망사항이었고, 이제 임신도 후반부에 접어들다보니 고르고 비교하는 과정에 시간을 쏟을 여력도 없을 것 같아 경력이 긴 이 분으로 결정. 울 엄마랑 나이가 비슷하시다.
출산 전 준비물 리스트와 앞으로 출산까지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설명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Sprechstunde.
그동안 구하느라 고생했어서 그런지 그래도 이제 하나 끝냈다는 맘에 조금은 홀가분했던 오늘.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또 임신 초기, 중기처럼 짜증나는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조금씩 어쨋든 진행이 된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아기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몸의 변화를 겪는 와중에 회사일은 또 회사일대로 요즘 굉장히 바쁘다. 이제 들어갈 날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쉬엄쉬엄은 커녕 오히려 마무리 지을 일이 많아 마음이 더 급해지는 요즘. 내가 은근 일 욕심, 자아실현 욕구가 컸구나, 하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2021년에 경력에도 도움되고 나도 재미있게 할만한 일들과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을 예정인데, 육아휴직 때문에 빠져야하는게 아쉽기도 하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을 겪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결코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출산도 무섭지만 출산 이후 이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책임지고 사랑으로 돌보아야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결정이었다는 걸 임신 전기간에 걸쳐 몸으로 느껴가고 있다. 육아가 시작되면 또다른 세상이 펼쳐질거고, 그 땐 지금 느끼는 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어른이 되겠지만, 지금 이렇게 하나씩 느끼고 경험해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최선을 다하고, 보람차게 열심히 내 인생에 예의를 다하며 보내고 건강한 아가를 만나고 싶다. 출산 후에는 또다른 후기를 가지고 돌아오겠다.(그런데 출산 후에 블로그를 할 여유가 될지 모르겠네...?)
오늘 헤바메에게 받은 쌤플선물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1월의 둘째 월요일 저녁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