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외국살며 서러울 때;아플 때, 배고플 때

by 봄봄

방학해서 야호!하던 바로 다음날부터, 먹은게 잘못돼 이틀을 내리 앓았다.

쉬니까 요리하기가 더 싫어져 그냥 있는 과자 대충 먹고, 시원한거 땡겨 맥주 마시고 계속 안좋은거만 먹었더니 저녁에 탈이 제대로 났다.

밤되면서 아랫배가 살살 아프더니, 자정쯤 되자 온몸에 땀이 비오듯 오면서 웃옷이 다 젖을 정도가 되고, 의자에 앉을 힘이 없어 바닥에 주저앉게 되더라.

침대에 누워 소형매트를 배에 대고 배 따뜻하게 하니 죽을 듯한 고통은 가셨지만 여전히 메슥대고 불편한 상태로 땀흘리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고, 죽이라도 먹고픈데 근처에 죽집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오후 3시쯤 일어나 내가 야채죽을 해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자고 다음날 신랑이 공부하러 나가 혼자 오후에 침대에 누워있다보니 드는 생각이, 만약 예전 한국에서 제대로 체해 응급실 갔을때처럼 여기서 병원응급실을 찾아야했다면?

그때는 한국이고 엄마아빠가 다 같이 날 데리고 갔는데도 미칠것같고 링겔도 맞다 뽑아버리고 왔는데, 여긴 무려 2~3시간 기다려 독일말로 진료받아야 하고...아무리 신랑이 통역해준다해도 얼마나 불편하고 괴로울까? 그냥 아픈것, 병원공기도 견디기 힘든데...

문득 여기에 아이도 있었다면 이렇게 아플때 누가 대신 봐줄 수도 없고, 부를 엄마나 동생이 있는 것도 아닌 이곳에서 아픈몸 일으켜 죽끓이고 애 젖주고 하는게 얼마나 서러울까 생각하니 무섭더라..


독일 도착하고 이사하면서 허리병 도져서 고생한게 불과 한달 반 전인데, 어느새 살만하다고 먹는거 대충 아무거나 먹다가 이 사단이 나니..

운동도 굳은 결심을 해놓고 간건 몇번이던가.

정신차리라는 신호로 알고 이제 정말 큰 일 나고 싶지 않으면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정말 식은땀 나고 쭈그리고 있을 땐 세상이 노랗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게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이 좋아진 오늘, 뜨거운 차 마시며 속 데우고 찜질도 하고 쉬다가 느지막히 신랑 시험공부하느라 고생하는데 먹을것도 제대로 못챙겨줘 미안한 마음에 반찬 몇개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생산적인 일 하나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예전 매운 등갈비찜 먹을때 곁들이던 참치마요 주먹밥도 하고, 태어나서 첨으로 파김치도 담가보고.. (근데 김치양념만 만들어 얼려놓으면 무지 간단하더라. 이 간단한걸 왜 그동안 안해먹었지 ㅠ) 참치랑 양념치킨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양념치킨맛 나는 고추참치도 만들고 나니 저녁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늦게까지 공부하다 지친 신랑이 맛있게 먹어주니 뿌듯하고, 당분간 반찬 걱정 없을 것에 안심되고..

IMG_20160801_231502.jpg 밑반찬 만들기, 어렵지않아요 ~♡

회사일, 공부 핑계로 늘상 엄마에게만 부엌을 맡겼던 게 미안하다. 조금만 도왔음 엄마도 훨씬 수월했을텐데.

늘 요리하면 어지르기 일쑤였던 내가 이젠 간단히 요리하며 그릇정리도 동시에 해 깔끔한 부엌을 유지할 줄도 알게되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살림에도 진전이 있는 것 같다.

안해본 일이다 보니 난 이런쪽은 영 소질이 없는줄만 알았는데. 언어처럼 요리도 하는 이, 안하는 이만 있지 못하는 이는 없나보다.


이렇게 아픔도 가시고, 먹을 것도 든든하니 준비하고 밤을 맞이하니 노곤하게 잘 잠들것 같은 밤이다. 창문을 여니 몰려오는 피톤치드향에 기분이 좋다. 서울보다 훨씬 좋은 건 이 맛있는 공기.

시간에 쫓기진 말되, 하루하루 알차게 배워나가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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