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 아기 엄마들과의 소모임
8월 아이가 어린이집 가면서부터 집에 온갖 전염병이 돌았다.
Magen-darm, 3-Tage Fieber, 감기 등 온갖 듣도보도 못한 전염병까지 아이가 다 어린이집에서 감염되어 왔고, 그 다음엔 우리 부부가 옮아서 또 한바탕 아프고... 그러다보면 아이때문에 병가내고, 아이 아픈동안 100% 가정보육을 아픈 몸을 이끌고 부부가 하다보니 또 우리가 더 아파져서 병가내고... 회사일은 제대로 되는것 같지가 않고... 이런 사이클 때문에 힘들었다.
12월에는 큰맘먹고 1주일 이상 장기휴가를 냈는데 우리가족 모두 내내 아프고, 1월 2째주가 된 지금, 이번주 월, 화도 아이가 39.4~5도 고열에 시달려 주말포함 연속 5일 정도를 힘들게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도 회사 가서 밀린 일 처리하고, 아이 픽업을 갔는데 버스가 너무 일찍와 놓치는 바람에 약간 늦었는데 시간을 중시하는 독일 키타에서 엔슐디궁을 얼마나 하며 눈치가 보이던지...선생님들 앞에서 엄마는 항상 죄인이다. 이제 정말, 정말 시간 칼같이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목숨 걸고-.
일도 바쁘고 몸도 힘들고 선생님한테 한소리 듣고 아이 코트를 입히는데 협조를 안해주고 간식으로 받은 사과를 먹으며 어린이집 이곳 저곳을 술래잡기 하듯 뛰어다니는 아이... 옷 입자, 옷 입어야지- 열번은 말하며 옷을 입히는데 갑자기 찔끔 눈물이 나더라.
요즘 힘들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벅차다는 생각....
회사-어린이집-집 이 삼각동선 맞추는게 보통이 아니고, 애 먹을 것, 간식, 옷 등등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하는것들때문에 집에서는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새가 없이 늘 옷 주워 빨래통에 넣고, 설겆이 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물채워놓고...남편과 같이 협동해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많이 힘들었다.
남편이 정말 전폭적으로 육아에 지원, 아니 집중하고, 독일 노동법상 본인 병가시 연차에서 까지도 않고, 아이 병가일수는 연간 10~20일 추가로 지원되고, 유연근무가 가능한 등 이렇게나 육아를 위한 많은 지원책이 있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한국이었으면 난 진작에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단 생각도 들었다. 시부모님이든 친정부모님이든 아이들 등하원부터 이후 돌보고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그 모든 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 한. 아이 키우는 일정은 서울 한복판 회사에서 10~20분 이내 거리에 살아도 맞출수가 없고(하원이 3~4시인데 9-6근무에서 어떻게 맞추나...), 근처 위성도시에 살경우 눈치보며 아무리 빨리 퇴근해도 저녁 7~8시 사이 집에 도착할텐데 그럼 누군가의 도움없이 아이를 케어하는 건 불가능하단 의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저녁 7시까지 혼자 있길 원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늦게까지 봐주는 곳이 있지도 않을거고...
그래도 독일에서는 그래도 일을 놓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힘든 건 힘든거였다. 오늘 그래서 유난히 우울하기도 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동네 가까이 사는 엄마들 그룹에서 오늘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보는게 어떻겠냐는 메세지가 왔다. 너무 몸이 힘들고 지쳐서 걍 집에 갈까도 싶었는데, 어차피 집에 가도 아이 케어하는거는 마찬가지고, 마침 도서관이 어린이집 바로 근방이라 애 먹을 간식, 물 바리바리 싸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새로 생겼는지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도서관은 책이 정말 다양하고 상태가 좋았고,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도 많아 돈내고 키즈까페 가는것보다 여기 오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는데 이렇게 공공시설에 투자 좀 해줘야지...
요즘 아이가 책 읽어달라고 자주 하는데 책을 너무 많이 사니 정리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맨날 보던 책만 보여주기도 심심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맘이 편해졌다. 각종 장난감도 빌릴 수 있는 것 같아, 앞으로 얼집 근처고 하니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나도 힘들었던 거 좀 위로받고, 엄마들 사는 얘기, 육아관련 꿀팁, 지자체 지원책 등 각종 정보도 얻고 하니 오늘 힘들었어도 아이도 새로운 공간에서 재밌게 보내고, 친구들도 만나고, 나도 조금은 마음을 풀 공간과 시간이 되었는지 지쳐 쓰러져 쓸데없이 인터넷 서핑이나 하다 자던 이 시간에 조금 힘이 나서 이렇게 글도 쓰게 된다. 역시 짧게나마 소통을 하는 것, 매일 똑같은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대화하는 것은 사람에게 잠시 숨쉴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매일 살기 바쁘고 정신없다고 약속이고 뭐고 다 유보하고 그냥 '살아내는' 삶은 앞으로 좀 줄이고 마음을 열고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시도해봐야지.. 한국에서 살때는 뭐 인간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네 어쩌네 할만큼 모임과 사람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많았는데, 독일에 사는 애엄마가 되고보니 인간관계가 안해도 그냥 완전 다이어트 된다. 거의 단식원 수준...그래서 역으로 좀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만남도 필요해지고 있다.
아주 조금은 힘이 났던 오후였으니, 오늘을 좀더 잘 마무리하고 내일은 조금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영유아 키우는 모든 엄마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