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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y 19. 2023

독일 이민 후 다시 긍정모드 ON하게된 이야기

이전의 불평불만은 이제 저 너머로-

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닿은 독일의 한국맘과 자주 만나곤 한다. 마침 아이들도 다같이 2021년에 태어나 이맘때쯤 공감할만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게 팍팍한 독일생활에서 힐링이 될때가 많았다.

칠전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에 갔을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나에게

'어? 뭔가 바뀐거 같은데요? 모든 것에 너무 긍정적인데?'

라고 하는거다.


맞다. 요즘 난 행복하다.

입만 열면 불평 불만이었던 내가 작은 일들이 미소가 지어지고, 감동하고, 내게 주어진 이 삶이란 것이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난 정말 지난 몇년동안 독일생활이 너무 싫었고 한국가면 친구들 만나는 그 귀한 오랜만의 몇시간을 온통 독일의 단점만 늘어놓는데 썼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만 하고.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내가 결혼 후 독일행을 결심한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독일이 좋아서거나 독일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여행자로서 느낀 감상과 낭만에 홀린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로선 내가 한국에서 살며 참을 수 없이 싫고 결핍되었던 어떤 부분들이 독일에선 반복되지 않을거란 근거 없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몇몇 기대가 충족된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사는게 다 그렇듯이 어디에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건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였다.


한국에서 워라벨 유지가 힘들었다면 독일은 그 부분을 확실히 개선시켜주었다.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직장을 잃거나 일을 그만뒀을 때 돌아오는 사회적 싸늘한 시선과 금전적인 불안함 등은 이 곳 사회주의 국가에서 상당부분 국가가 지원을 해준다.

즉 인간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수는 있게 해주는 곳이다. 

물론 열심히 일하며 살았을 때처럼의 경제적 여유는 당연히 보장이 안된다. 하지만 나락으로 가지않고 가족을 건사할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지원책과 구제책이 있다.


반면 한국에서 누렸던 즐거움들,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외식으로 즐기거나, 상냥한 말투와 서비스, 내 나라임에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함, 내 친구들, 내 가족 등은 모두 사라졌다. 여기와서 다시 느낀건 한국은 진짜 돈만 있으면 재밌게 놀고 먹고 살기에 최적화된 나라다. 모든 게 너무 편리하고 너무 즐겁다.


당연히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거늘,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느꼈던 막연한 불안함과 금전 만능주의가 이 곳에서는 훨씬 덜해서 최소한 '나'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거늘, 난 잃은 것에 집중하고 집착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악은 감정이 격해졌을 때 모든 탓을 남편에게 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독일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온것이 아닌가, 당신은 이곳이 고향이니 편하지 않은가, 내 맘을 한번이라도 이해하려고 해봤나- 등등.

이런 나 자신과 관계를 좀먹는 의미없는 탓과 불만 표출을 많이도 했다.


남편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살지 독일에서 살지 의논했을때 독일에 오겠다고 한 건 오히려 나였으니... 남편은 어디에 살지에 대한 생각에 상당히 열려있었다.

이런저런 우리의 계획들이 독일 생활 시작 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 모든게 남편의 잘못이라곤 할 수 없었다. 삶에 문제란 늘 있는 것이고, 우리가 서로 의논해 다시 새 길을 모색해 봤어야 했는데 늘 그렇듯이 가장 쉬운 길은 남의 탓이었고, 그래서 나는 발전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만든 지옥에 내가 나를 가둔 격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아이를 낳고, 우리가 힘을 합쳐 이 아이를 잘 키워내고, 이런저런 힘든 일은 있지만 차도 장만하고 집도 스트레스 없는 집으로 1년동안 노력해 구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들- 독일어, 운전, 전문지식 등등-을 발견하면 아 하기싫어- 한국이었으면,,,,이 아니라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뭐지?

부터 시작해 불편을 감수하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이고 내 마음도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지고 있다.


내가 지금 독일에 살기에 누리는 것들- 철저한 노동자 입장의 근로법,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 타인에 대한 예의, 아름다운 자연, 깨어있는 시민의식, 여행하기에 좋은 지리적 요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무료로 박사까지 할수있는 교육 환경 등등- 이런것들에 집중하니 내가 누리고 있는 이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그 모든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

그러다보니 또다른 시도를 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리프레쉬 되고, 뭔가 하고픈 의욕이 생기고...


작은 것이지만 최근에 그렇게 제일 욕하던 독일 음식들은, 새로운 레스토랑들이 생기면서 좀 음식수준이 올라가서 외식이 괴롭지만은 않은 것이 되었고, 음식이 보통이어도 새로운 장소에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을 외식의 목적으로 생각하자 음식맛만 탓하며 낭비하는 시간이 없어지고 그 순간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나가서 새로우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도 외식의 이유가 되더라. 아이가 좋아만 해도 외식이 너무 만족스럽다, 요즘은.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불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것인지 너무 잘 깨닫는 요즘이다.

물론 그렇다해서 내가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쉬워지진 않았다. 수동운전 연수는 여전히 나에게 너무 도전이다. 지난 번 주행연습때는 그냥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개선을 의해 매일 뭔가를 내가 하고있다는 그 사실 자체고, 그 과정에 있는 한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 되뇌이며 오늘도 불편하지만 나은 삶을 위한 작은 시도를 지속한다. 


지금도 이국땅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여러가지 이유로 살고 계실 수많은 교민 여러분들 중 이전의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 내가 나를 위해 하는 한가지의 작은 일이 당신의 인생 방향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하루하루 다시 열심히, 나는 내 삶을 살아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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