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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2. 2023

독일에서 집이 중요한 이유 (Neubau 사는 장점)

독일 생활 7년에 벌써 지금 집이 4번째 집이다.

아헨에서 뒤셀도르프로 직업을 구해 한 이사가 첫번째, 그리고 뒤셀에서만 2번 더 이사를 했다.

뒤셀에서 살던 집이 임신 후 3명이 살기엔 좁아 이사를 했고, 3번째 집은 동네도 좋고 집 크기도 넓었지만 구조가 별로 좋지 않고 단열이 전혀 안되는 등 문제가 많아 높은 월세를 감당하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한번씩 월세 생각을 하면 현타가 오지만, 이 Neubau에 와서 지금까지 6개월 가량 살면서 한번도 불만이 생긴적이 없고 만족, 또 만족이다.


원래 한국 사람들은 전세제도에 익숙하다보니 월세는 싫어하기 마련이지만, 독일엔 전세가 없기도 하고, 뒤셀 시내에 살려면 지금은 굉장히 높은 월세를 감당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아우토반을 타고 등원에 출근을 하는 건 너무 스트레스일 것 같이 이 집을 선택했는데, 능력만 된다면 쭉 살고싶고 집 자체도 자체지만 육아에 너무 편하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

이 말은 한국에도 있고 독일에도 있는데, 친정도 시댁도 없는 독일에서 조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형제자매와 친척들, 내 지인들도 없는 이곳에서 공동육아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알게된 한국 엄마들이 다행히 가까이 살아 한번씩 만나 플레이 데이트를 했지만, 아기 키우는 집들이 다 그렇듯 참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낮잠타임에, 가족 행사에 등등..그래서 가까운게 정말 짱인데, 이 곳 Innenhof엔 애들이 많이 나와 논다. 그래서 이사와 몇번 나가서 애들 같이 놀렸더니 친구가 되서, 그 중 한 가족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감사한 존재다. 아이들 나이도 딱 맞아서 같이 잘 놀아서, 집 앞에 나가려고-란 문자 후 번개로 만나서 같이 플레이 데이트 하기도 하고, 함께 근처 애들 실내 놀이공간에 가기도 하고...

이렇게 급으로 만날 수 있고, 날 비올 땐 서로 집에 가서 놀면 되니 너무 편하다. 걸어서 1분이라는게 정말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알게된 엄마들 통해서 애들 데리고 갈만한 장소 정보, 동네 정보, 등등 많은 걸 들어서 너무 좋다.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게 Neubau 컴플렉스의 장점인것 같다.


쓰레기 맘껏 버릴 수 있다

이게 무슨말인가 하겠지만 독일에는 집집마다 건물 하나에 종이, 비닐 버리는 큰 쓰레기통이 1개씩 있다. 이걸 대략 8가구 정도가 같이 사용하고 쓰레기차는 주 1~2회 오다보니 박스한번 이케아에서 온거 그냥 버렸다간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잔소리 듣기 일쑤였는데 여긴 쓰레기 버리는 방에 가면 통도 크고 통이 한 열댓개씩 있는데 맘이 아주 푸근하다. 차로 종이, 박스 바리바리 모아 운전해서 멀리 버리러 가지 않고 편하게 버릴 수 있는 점 너무 맘에 든다.


동네 사람들이 친절하다

사람들이 여유가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라고 했던가.

차도 다들 좋은 차 타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동네에서 돌아다니면서 불쾌한 경험 한적이 정말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차들도 먼저 가라고 기다려주고, 길가다 만난 가족들도 다 인사하고, 문 열어주고, 엘레베이터 잡아주고, 기본적으로 다들 젠틀해서 일상이 편안하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독일에서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이냐면, 내가 여름 독일 더위에 에어컨이 없어서 이거때문에 화딱지가 나서 역이민을 가고싶었다. 그런데 벽이 두껍고 롤라덴 내리면 햇빛 완전 차단이 되니, 바깥 온도가 30도가 넘어도 집안은 선선하다. 겨울엔 단열이 잘 되서 난방 안틀고도 잘 지냈고, 바닥난방이 되니 화장실이 따뜻하다. 아이 목욕시킬 때 바닥 차가워서 깜짝깜짝 놀라던 때에 비하면 이렇게 편하고 안온할 수가 없다. 맞은 편 집은 한겨울에도 반팔티 하나 입고 돌아다니더라. 단열이 잘 안되면 하이쭝을 밤새 빡세게 틀어도 그 온기가 그대로 창문틈으로 빠져나가서, 히터 덕에 집 공기는 건조할 대로 건조해지고, 차가운 공기는 들어오고, 난방비만 쓸데없이 많이 나온다. 난방비 적게 들면서 쾌적한 집안 온도가 유지된다는 건 독일에선 정말로 럭셔리다. 이거 너무너무 플러스 요인.

하이쭝 쓸때는 정말 눈이 너무 건조해서 특히 라색한 나는 자고 일어나면 눈이 뻑뻑하고 건조해서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매일 받았었다. 이곳에 이사오고는 그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건강도 자질구레하게 불편하면 병원 예약잡기 힘든 이 나라에서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그래서 눈 편안해진 것도 정말 감사하다.


조용하다. 정-말 조용하다.

집이 사람다니는 길이 아니라 이면도로에 있고, 이쪽으로는 차가 아예 못들어오니, 매일 아침마다 쓰레기차가 삑삑대는 소리에, 지나가는 오픈카가 음악 틀고 부앙-거리며 지나가는 소리에 애가 깰 일이 없다. 예민했던 우리 아기가 여기와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육아하시는 분들은 애가 잠만 잘자도 얼마나 삶의 질이 올라가는지 너무 잘 느끼실거다. 난 정말 살것 같았다 이때부터.


차 없는 단지 내 공터, 일자로 쭉 뻗은 인도

단지 내 차가 못다니는 공간이 많다. 그리고 인도가 일자로 쭉 뻗어있으니 아이들이 자전거 배우고 타기 너무 좋다.

그 전 집은 놀이터나 근처 공원에 가서 애 자전거랑 퀵보드 태워야했는데, 거기까지 가는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유모차는 거부하지, 내려서 걸으면 걸어서 5분거리가 한 세월이지, 잠깐 한눈 팔면 차있는 도로로 뛰어들지...

진짜 진땀나는 이 외출때문에 일부러 애를 유모차에서 안내려주거나, 외출 자체를 자제했던 일도 많았다. 나갔다 오면 진이 다 빠지니까...정작 놀이터에서 보낸 시간은 얼마 안되는데 놀이터까지 가는게 너무 힘들었던...

근데 여기는 그냥 집에서 현관 문 열고 나가면 Innenhof이니 자전거 타거나 공놀이 하기 위해 멀리갈 필요가 없고, 자주 노는 친구도 바로 앞이니 만나기 위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이게 정말 육아하는 입장에서 너무 플러스이다. 애가 자전거를 좀 무서워했는데 이제 너무 편안하게 잘 탄다. 외출에 대한 저항감이 내가 많이 없어진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여유로운 분위기, 쓸데없는 말다툼과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라지다

동네를 그냥 걷기만 해도 산책하기 좋고, 여유롭고 한적한게, 초반엔 정말 리조트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느끼는 이 한갓진 분위기가 확실히 힐링이 되고, 이사 후 집관련 문제나 스트레스로 신랑과 짜증을 내거나 말다툼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

이전 집은 벽이 얇아 소음문제에, 주차 문제에, 세탁기 물이 넘치고, 벽에 곰팡이가 피고, 찬 바람이 들어오고, 아랫집 아저씨 담배 피고...이런 환경이다보니 별것도 아닌데 예민해져서 신랑과 투닥거리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일절 그런일이 없으니 우리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 대한 대화가 급격히 줄고, 좀더 우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지하 주차장

독일은 비가 너무 자주오고, 큰 나무가 길에 많아 나무 밑에 주차하면 새똥 폭탄 맞기 십상이다.

그 비싼 아우디 BMW 신 모델들이 똥 폭탄을 맞고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오곤 했고, 우리차가 새똥 폭탄을 맞아 창문 올렸다 내릴때마다 새똥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속에서 천불이...

세차하러 가는 시간도 시간이고 하면 뭐하나 또 새똥 공격인데...

비가 오면 아이 들고 비맞으면서 주차한 곳까지 걸어가야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이가 특히 어디 멀리 갔다 밤에 차에서 잠든 상태라 안고 집으로 가야하는데, 비가 추적추적 오고 하필 주차자리는 없어서 빙빙 돌다 집에서 먼곳에 주차하면 애 들고 우산 들고 아주 쌩쇼를 하는데 입에서는 자연스레 '아니 왜 이러고 살아야하냐...'가 나오곤 했다.

지금 지하주차장은 그 자체가 이 모든 고생을 한방에 사라지게 해준 업그레이드의 끝이다.


Neubau 장점을 쭉 적어봤는데, 정리해놓고 보니 더더욱 이사를 잘한 것은 확실한듯...

경제력을 갖춰야 편리함이 따라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진리지만, 아날로그가 심한 독일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워낙 나가도 놀데가 없는 유럽에서 집 자체의 수준이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일 사시는 분들은 altbau에 대한 로망을 하루빨리 버리시고,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새집으로 이사가실 것을 강력 추천한다. 나 역시 독일식 altbau에 대한 로망과, 집 구조가 특이하고 유럽 분위기 뿜뿜하는데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살아보고 아닌 걸 알았다. 특히 한국식 편리한 집에 사시던 분들은 더 적응하기가 힘들 듯.

모두들 이국 생활에 고생 많으실텐데, 이사를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독일 #독일이사 #독일집 #뒤셀도르프 #독일육아 #지하주차장 #Neubau #삶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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