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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12. 2020

하루 20분 5개월 홈트 후기

티끌도 매일 모으면 티가 나더라

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는 가능한 뒤로 빠지던 학생이었고 평생 스포츠를 즐겨본 적도 없는 문외한이다. 전에는 무릎을 대지 않고는 팔 굽혀 펴기 한 개도 하지 못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딱 한 개만 해보려 해도 몸을 내리는 도중 팔이 부들부들 떨려서 엎어지고 말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무릎 대지 않고 푸시업 열 개를 한다. 웃지 마시라. 나한테는 장족의 발전이다. 평생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도 못했다. 힘주면 작은 알통도 보인다. 감격스럽다.


운동이 익숙한 사람이 보기엔 사소한 변화일지 몰라도 내겐 큰 성취였다. 아주 작은 노력도 쌓이면 티가 난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다. 단 20분이라도 수개월 쌓이면 차이를 만든다. 의미 없지 않다.


겨우 10분. 20분 가지고 뭐가 바뀌겠나 싶어 도전조차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내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2월 말이었다. 코로나 19로 일상이 바뀌기 시작할 때쯤. 개강이 연기되고 본가에서 하염없이 빈둥대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볼록 나온 뱃살을 만지며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체 체력이 약해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이참에 시작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홈트를 시작했다.


체질적으로 마른 몸에 운동이라곤 1개월 다니고 만 필라테스가 전부니 강도 높은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저 딱 10분이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마스크 쓰고 밖에 나가 달리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유산소 없이 무산소만 하기로 했다. 처음 시작한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누워서 바이시클 16회 = 1세트 x3
2. 무릎 대고 푸시업 25회 = 1세트 x4
3. 플랭크 30초, 30초, 40초 총 100초
4. 스트레칭


이렇게 하면 딱 20분 정도 걸린다. 운동 자세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참고했다. 기구는 인터넷에서 산 두꺼운 요가매트 한 장.


처음엔 겨우 요만큼도 미친 듯이 힘들었다. 분명 땀도 펄펄 나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5분밖에 지나있지 않을 때 얼마나 허탈했는지. 플랭크는 노래의 힘으로 간신히 버텼다. 딱 이 소절까지만 참자! 를 반복하면서. 솔직히 처음 2개월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분명 한 달이면 꽤 한 것도 같았는데 어제랑 똑같거나 오히려 더 힘들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때 기운이 빠졌다. 그래도 나 자신과 한 약속이니까, 딱 요만큼만 매일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속했다. 운동을 끝내는 순간 뜨겁게 올라오는 몸의 열이 그나마 보람을 느끼게 했다.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건 5월쯤, 그러니까 운동을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부터다. 이 4개월을 어떻게 버텼느냐 하면, 꾸준히 하면 무언가는 바뀌리라 하는 믿음 하나였다. 그게 다다.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적어도 1년은 해보고 이야기하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1년은 해보자. 그렇게 4개월을 버텼다. 이때쯤 슬슬 매일 20분씩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생리 등의 이유로 하루 정도 빼먹을 때 운동을 못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루틴이 조금씩 쉽게 느껴졌다. 내킬 때면 운동 세트를 늘리거나 플랭크를 10초 정도 더 버티기도 했다. 팔에 힘이 붙은 게 느껴졌다. 요가에서 '다운 독'이라고 부르는 자세가 있는데, 예전엔 팔에 힘이 하도 없어 몇 초만 지나도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런데 이즈음엔 수 분을 다운 독을 해도 할만했다. 아직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었지만 힘이 붙는 게 느껴졌기에 운동이 재밌어졌다. 그렇게 한 달이 더 지났다.


그렇게 5월이 지나가고 6월의 어느 날, 무심코 거울 앞에 서 배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복근이 있는 거다!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보였다. 그날 본 11자 복근의 윤곽이 운동 의욕을 불살랐다. 가끔 할만하다 싶을 때 몇 세트를 추가해왔기에 이때의 운동 루틴은 처음과는 조금 바뀌어있었다.


1. 누워서 바이시클 16회 = 1세트 x 5

(세트 사이사이에 복근 운동 추가 - 각 세트 끝나고 차례대로,
양발 번갈아 레그 레이즈 20회-
양발 함께 레그 레이즈 10회-
시저스킥 20회-
니 크런치 40회-
다시 양발 번갈아 레그 레이즈 20회.)

2. 무릎 대고 푸시업 20회 + 무릎 안 대고 푸시업 5회 = 1세트 x 4

(세트 사이사이 다운 독, 척추 스트레칭)

3. 플랭크 50초 = 1세트 x 3, 총 150초
4. 쟁기 자세 60초
5. 스트레칭


총 운동시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다 하고 나면 23분에서 25분. 지금까지도 매일매일 하고 있는 운동 루틴이다. 운동 좀 한다 싶은 사람들이 보면 하찮은 목록일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팔 굽혀 펴기 한 개도 못하던 나였기에 이 정도도 감개무량하다. 5개월 해서 이만큼 늘었으니, 앞으로 또 5개월을 하면 무릎 안 대고 푸시업 15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언젠가는, 수년 후에는, 매일 푸시업 루틴 100개 모두를 무릎 안 대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나의 운동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코치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시작하고 진행하는 홈 트레이닝이었기에 무작정 따라 하기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잘못된 자세는 부상을 야기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경험을 글로 써보는 것은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의 작은 도전을 응원하고 싶어서이다.


혹시 당신이 너무 작은 시도라 아무 의미 없을까 봐 고민하고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당장 수개월은 아무 겉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시간은 착실히 쌓이고 있다. 꾸준하면 반드시 변화한다. 너무 사소해서 하찮아 보이는 도전일지라도 쌓이고 쌓이면 변화를 만든다. 모든 사소한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 그저 변화가 생기리라는 믿음, 그거면 충분하다.




이렇게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언젠가는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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