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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17. 2020

반수 출발! 그런데 어디로?

출발하기에 앞서 준비할 것들: 목표 수립, 전략 설정

미술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의대를 가기로 했다. 이제 어쩐다? 무엇을 해야 할까?

시합에 나가기로 정했다면 적어도 무얼 겨루는지는 알아야 한다. 막연히 ‘공부를 엄청나게 잘해야 한다’를 넘어 이제는 여정의 로드맵을 짜야할 때였다.


우선 우리나라에 의대가 몇 군데가 있나 살펴보도록 하자. 2017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의대 수는 41개로, (이후 한 곳이 폐교하여 2020년 기준으로는 40개가 되었다.) 매년 약 30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의사도 매년 대략 3000명이 새로이 배출되는 셈이다. 대충 전국 이과생 상위 3000명 안에 들면 된다는 것 같다. 단, 이 중 3분의 2는 수시다. 예술고를 나온 나는 수시로는 가망이 없으니 정시만 따져야 한다. 즉, 1000명 안에 들어야 된다. 매 해 약간씩의 변동은 있지만 약 60만 명 정도가 수능을 치르고, 그중 수학 가형을 선택하는 사람은 18만 명 정도다. 18만 명 중에 1000명을 퍼센트로 따지면 0.55555555……. 반올림해서 0.56퍼센트. 그래, 까짓 거 1년 안에 0.5퍼센트 안에만 들면 되는 거 아냐! 푸흐흐. 글을 쓰면서 웃음이 나온다. 나 이거 어떻게 했지?

 

하여간에. 뭐 공부 잘하는 이과생이 다 의대를 가는 건 아닐 테니까. 대충 상위 0.5퍼센트 안에 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될 거 같다. 당시 내 수준은 초등학교 수학. 이거, 될라나?

 

(참고로 교육과정이 하도 자주 바뀌어 글을 읽는 시점에서는 이과니 문과니 구분이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2017년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국사, 탐구, 제2 외국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중 수학이 가형, 나형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탐구영역은 사회/과학/직업탐구 세 영역이 있었다. 여기서 이과란 수학 가형, 탐구 과학 영역을 선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대충이나마 목표를 살펴보았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다. 나는 수포자였기 때문에 수학을 정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살펴보러 서점에 갔다. 개념서들을 죽 둘러보니 4학년 과정부터 낯설다. 초4~중3 과정을 다시 공부하기로 한다. 수능 수학 가 형의 출제범위는 미적분 2,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확률과 통계 빼고는 처음 보는 과목들이다. 이것들을 배우기 위해서는 초등, 중학 수학을 지나 고등 1학년 과정인 수학 1,2, 그리고 미적분 1을 거쳐야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초등, 중등 수학 : 기본 공식, 개념

수학 1, 수학 2

미적분 1

미적분 2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과학탐구는 2017년 기준 생명과학 1,2, 지구과학 1,2, 화학 1,2, 물리 1,2 총 8가지 과목 중 2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중 투(2) 과목은 깊이가 있는 심화과정이기 때문에 투과목 선택이 필수인 서울대 지망생이나 과고 출신, 과학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 나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원(1) 과목만 두 가지 고르기로 했다. 일단은 고등학교 때 겉핥기라도 해 본 생명과학 1과 화학 1을 선택했다.

 

영어와 국어는 다행히 자신이 있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할 때도 영어와 국어만큼은 항상 1등급을 무리 없이 유지했기에, 이번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패스. 국사도 고3 때 꽤 꼼꼼히 공부했으니 금방 해결할 것 같다. 패스.

 

결국 수학과 과학이다. 앞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초등수학, 중등 수학, 수학 1, 수학 2, 미적분 1, 미적분 2,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생명과학 1, 화학 1]이다.

 

의대를 생각하고 공부해온 다른 수험생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수년간 배운 내용을 일 년 안에 압축해야 한다. 초스피드로 진도를 빼지 않으면 다 살펴보기조차 힘들 것이다. 단순히 배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수능에서 0.5퍼센트 안에 들어야 한다. 남은 시간은 1년. 오케이. 목표 설정 완료. 방향 설정 완료. 현재 상황 파악도 완료. 자취방 철제 책상에 앉아 초등학교 수학 교재를 꺼낸다. 오늘 목표는 초등수학 개념서 두 권을 전부 푸는 것. 출발 신호가 울린다. 준비, 땅!



출발! , 핸드폰 드로잉,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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