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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ul 31. 2020

새벽 어스름에 셔틀버스를 타고

비몽사몽 하루의 시작

졸리다. 너무 졸린데. 딱히 어제랑 다를 건 없어서 익숙하다. 다들 자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다. 하나같이 피곤한 모양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6시 50분에 셔틀버스를 탄다. 빠듯한 날엔 학원 1층 빵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독학을 시작하는 하루의 아침. 그리 상쾌한 모양새는 아니다.


누구나 생존을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겠지만 가끔은 그 당연한 일이 버거울 때가 있다. 아침 해와 함께 일어나며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킬 때.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다 놓아버리고 싶다. 아침이 반갑지 않다.


이럴 때야말로 시스템의 힘이 빛난다. 매일매일 자동으로 입력된 아침의 루틴이 내 몸의 자동운전 모드를 켠다. 어떻게든 적당한 옷을 입고 집 밖을 나선다. 피곤해도 할 일은 해야지. 아직 커피도 못 마셔서 내가 내가 아닌데. 버스는 기다리지 않으니까 늦지 않게 서둘러 가는 수밖에.


학원에 도착하면 7시 반. 아직 30분의 시간이 있다. 오늘은 슈크림 빵을 먹기로 한다. 빵집에 가니 막 오픈한 모양인지 알바생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이른 시간인데 뭘 사기가 죄송하다. 그치만 지금 이걸 못 먹으면 12시 반까지 공복이다. 공부도 밥을 먹고 해야지. 슈크림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한다. 알바생도 피곤한 눈치다. 우리 모두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드네요. 속으로만 생각한다.


상쾌한 아침은 어떤 모양일까. 사그락 거리는 새하얀 침구에서 눈을 뜨면 따듯한 햇살이 몸을 비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알맞은 온도. 잘 잤는지 온 몸이 가볍다. 기지개를 켠다. 햇빛에 비친 먼지들이 춤을 춘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 설렌다.


이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완벽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의대에 합격하고 나면 아침이 상쾌해질까? 비록 우리 집에 호텔 침구 같은 새하얀 이불은 없지만. 자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리고 새로운 내일이 기다려질까. 정말 진심으로, 간절하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떨어졌을 때의 일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 붙으려면 공부해야지. 상쾌한 아침을 위해서. 공부한다. 묵묵히.


오전 6시 50분, 2020, 디지털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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