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테드 영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벼락치기가 생각났다. 코로나 때문에 싱숭생숭한 마음을 핑계로 이번 시험공부는 상당히 늦게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마음이 계속 초조하고 불안했다. 공부하기는 싫고 걱정만 가득했다. 그런데 밥 먹으면서 본 테드 영상 하나로 초조함이 마법처럼 해소됐다. 나는 어쩌면 벼락치기의 긴장감 속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 걸지도 모른다.
꽤 예전부터 시험공부를 벼락치기로 했다. (사실 입시를 위한 1년의 장기전을 제외하면 거의 벼락치기로만 공부해온 것 같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수업은 언제나 열심히 듣고 있어요.) 중요과목이라면 이틀에서 삼일 전, 양이할만해 보인다 싶으면 전날에 시작하고 필요하면 밤을 새운다.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태까지 꽤 괜찮은 결과를 내왔기에 그럭저럭 신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당황하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싶은 자기 의심은 공부의 주적이다.
물론 벼락치기 한 내용이 머리에 오래 남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꾸준하고 성실한 반복만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시험을 넘기는 것만이 목표라면 꽤 유효한 접근법이 아닐까. 테드 영상으로 이래도 괜찮을 것 같다 싶은 확신이 생기자 공부가 훨씬 잘 됐다. 좀 우습지만 나는 벼락치기가 좋고, 벼락치기할 때 공부가 잘 된다. 그렇게 결론 내리고 나니 그냥 당장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쓰고 보니 벼락치기 예찬론이라기보단 자기 확신의 중요성 같지만. 언젠가 공부법을 주제로 칼럼을 쓰게 된다면 벼락치기를 한번 제대로 다뤄봐야겠다. 그리고 지금은 내용이 비교적 쉬워서 벼락치기가 통하는 걸 수도 있다. 다음 학기부터는 꾸준히 예습 복습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에게 남은 시간은 너무나도 촉박하기에, 이번 시험은 벼락치기로 돌파할 요량이다. 이렇게 불건전한(?) 공부습관을 합리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