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텃세가 심하다?

곰의 탈을 쓴 여우들에게

by 자유지은



제주생활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결혼에 빗대서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중요한 명제다. 사람들이 왜 타 지역 사람들의 제주생활을 단순히 '이사'나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고 일겉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 또한 제주이민자로서 그 이유를 짐작컨데, 다른 나라로 이민 가서 사는 것처럼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문화적 차이를 겪게 되고, 그만큼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흔히 제주 사람들이 텃세가 심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짓것'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집을 구하러 다닐 때에도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는 서울 사람이라고 대답하면,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집 빌려주기를 꺼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였는데 아주머니 몇 분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더니, 대뜸 여기 사장은 누구냐고 물었다. 스타벅스는 전지점이 직영점이라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는 이석구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내게 다시 묻는다. "이석구? 제주 사람 아니여?" 대체 이런 건 왜 묻는 걸까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분들은, 제주 사람이 하는 가게면 팔아주려고 왔었다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불쑥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고는 망설임도 없이 휙 돌아서 가버리니까, 내 가게도 아닌데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제주에 와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우울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제주 사람들이 전부 다 배타적이라는 건 아니다. 출신지역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많고, 오히려 호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우리 삶 곳곳에서 명과 암은 늘 함께 존재한다.


그러니까 제주이민을 생각한다면 제주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대신 '육짓것' 어쩌고 하는 말들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자존감과 낯가리지 않는 친화력이 자신에게 있는지부터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어딜 가나 내가 하기 나름이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지 않나. 또래 친구든 어른을 만나든 누구와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눌 수 있다면 제주가 아니라 어디에서라도 텃새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제주에 와서 한 번도 귤을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그냥 인사 잘하고 다녔더니 주변에서 챙겨주셨기 때문이다. 때로는 집에 귤이 너무 많아서 상할까 봐 물 대신 열심히 먹었을 정도로 제주 사람들의 넉넉한 귤 인심에 감동했다. 이건 내가 유별나게 예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누구든지 사람 가리지 않고 어울려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겨울철 '귤 부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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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고 다른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촌에서 태어나 서울 가서 사는 사람들도 처음엔 다 힘들 것이다. 아는 사람도 생기고 도시생활에 적응기를 거치면서 점차 점차 삶에 안정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똑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다르게 느끼게 된다. 결국, 그렇게 불편한 텃새를 지우는 건 시간이다. 내 생각에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서울사람이 배척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은연중에도 '득과 실'을 계산하는 습성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을 사귀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 사람이 나를 계산적으로 대하는 지 아니면 진심으로 대하는지.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꿈꾸며 제주까지 왔거나 오기로 결심했다면,

그 전과는 다르게, 여우처럼 살지 말고, 곰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곰의 탈을 쓴 여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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