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은 오지 않고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의 퇴근길은 쓸쓸하리만치 조용하다. 한적한 길가에 서서 콜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손톱만큼 남아서 반짝이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눈이 부신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더니 택시가 내 앞에 멈춰서 있다. 번호판을 확인하고 올라타자마자 택시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심야의 퇴근길에는 고단함을 잠시 잊게만드는 묘한 달콤함이 있다.
익숙한 빌딩숲을 지나 한강변으로 접어들자 은은한 가로등 불빛에 반짝거리는 벚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재빨리 창문을 내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그 아름다움을 전부 담아내기엔 역시 무리다. 그냥 사진은 포기하고 온마음을 집중해서 벚꽃을 감상했다. 종종 바람에 흩날리는 꽃들이 차창 유리에 부딪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 손끝에 한 번 스쳐보지도 못한 꽃잎들이 흩어지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뜬금없는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저 꽃잎은 얼마나 따뜻할까?
몇 도쯤의 온기를 가지고 있을까?
저렇게도 예쁜데, 너무 작고 여려서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떨어져버리는 게 꼭 그와 내 모습처럼 보였다. 순수한만큼 아름답고 위태로워보였던-.
아무런 예고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랑.
끝끝내 그를 놓을 수 없어 방황하던 내가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건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마저 없었다면 일상의 수많은 빈틈이 계속 그를 찾아 다녔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단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햇살처럼 투명한 온기로 왔다가 어느 날 불어온 돌풍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를 찾아낼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가 내 곁에 없는 채로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그의 온기가 세상에 가득한 것 같은 날들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이맘 때면 변함없이 봄이 오고 꽃잎이 나부끼는데... 이렇게 봄은 계속 진해져가는데, 왜 유독 그리운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까?
소중한 이들이 돌아오는
모두의 봄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