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라면을 먹으면서 본 유튜브. 유뷰버는 말했다. 열심히 사는 것과 애쓰며 사는 것의 차이.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는데 문득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솔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후로 교외활동이 거의 없어 큰 마음먹고 등록한 짐보리 수업. 첫 수업을 듣고 나는 8만 원이라는 손해를 보고 수업을 바로 취소했다. 왜냐하면 애쓰는 솔이가 외면받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 아파서.
솔이는 또래에 비해 말도 빠르고 이해능력도 좋은 편이다. 시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눈치도 빠르고 애살이 있어서 공부도 잘할 거라는 솔이는 타고나길 그렇게 태어났다. 예쁨 받을 행동을 많이 하고 스스로도 그런 상황을 좋아한다. 그런 점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솔이의 모습이다. 누가 가르치지도 않은 그저 생존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짐보리 첫 수업. 솔이와 다른 친구 한 명이 수업에 참여했다. 솔이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어 엄마 옆을 떠나지 않았는데 같이 온 친구는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는지 수업 전부터 계속해서 장난도 치고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그 친구는 또래답게 잘 집중하지 못하고 선생님이 꺼내온 교구나 활동 등에서 자주 일탈하고 주변을 탐색하며 놀았다. 솔이는 한참을 선생님을 관찰하더니, 선생님이 하는 율동,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을 찰떡같이 해낸다. 선생님 앞에서 아주 백 점짜리 학생처럼 수업에 참여하는데 선생님은 천방지축 다른 친구를 따라가 놀아주기에 바빴다. 그러니 솔이만 그 넓은 놀이공간 한가운데서 음악에 맞춰 춤추고 나중에는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 순간 솔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고 잘하네' 칭찬 한마디, 선생님의 밝은 미소였을 텐데 그런 피드백이 없으니 솔이는 남의 잔치집에나 간 것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어설프게 모든 행동들을 척척 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솔이가 사랑스럽고 대견스러웠지만 마음 한편이 아팠다. 솔이는 그런 아이다. 어린이 집에서도 너무 말을 잘 듣고 바르게 행동해 입 댈 곳 없이, 혼자 척척 잘 해내는 아이. 선생님이 짖꿏은 미소를 지으며 '솔이는 모르는 게 없어요 척척박사예요'라고 하시기도 했다. 솔이가 그렇다 보니 대부분 선생님의 관심은 조금 느린 친구, 손길이 더 필요한 친구한테 가게 마련이다. 솔이 역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보살핌이 똑같이 필요한데 어른들의 욕심대로 잘 따라줬더니 오히려 그 관심이 줄어드는 이상한 상황에 늘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솔이가 처음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두 달 가까이는 칭찬과 관심을 많이 받다가 뒤로 가면서 순위가 밀리다 보니 6개월쯤 됐을 때 어린이집 등원 거부를 많이 했었다.
나는 그런 상황에 솔이가 놓이는 게 끔찍하게 싫은 게 아니다. 내 딸만 사랑받고 주목받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어린이 집에서도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솔이가 문화센터나 짐보리 즉 어린이집의 연장 선상에서 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한 솔이 이야기는 결국 내 이야기다.
내 삶이 그렇다. 정말 소름 끼치게도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나는 무슨 일이든 너무 애를 써서 오래가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운동을 해도, 공부를 해도, 사랑을 해도 너무 잘하고 싶고 너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욕심이 많은 건가. 그러다 보는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기보다 불편해하는 스타일?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나도 솔이처럼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 관심과 사랑에 대한 목마름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요즘처럼 조금 외로운 시간을 보낼 때도 어김없이 내 안에 꿈틀댄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런 마음이 더 크면 클수록 나를 숨기기도 한다. 뭐 좀 꼬였겠지.
결론은, 세상은 그렇게 애쓰는 사람보다 그냥저냥 하는데도 자연스럽게 잘하고 즐기는 사람을 더 주목한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는데 나도 솔이도 우리는 그런 영광스러운 후자에 속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더 애를 쓰고 더 열심히 살려고 하겠지. 그러니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솔이를 더 많이 더 뜨겁게 사랑하고 응원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유튜버를 통해 자기애가 커진 기분이다 ^^ 고마워요 소사장 소피아님!